국내외 반도체 전문가들이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공직에서 활용하게 됐다.
특허청은 23일 반도체 분야 전문 임기제(나급·5급 상당) 특허심사관 30명을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채용은 반도체 분야 우수 인력의 해외 이직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이들의 현장 경험을 특허심사에 활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허청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핵심 기술 해외 유출 사례는 연간 수십건에 달한다.
그동안 공공분야와 민간기업에선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을 중국 등 해외로 빼앗긴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다. 중국은 2011년 특허심사 협력센터를 설립, 1만1000여 명을 임기제 특허 심사관을 채용했다.
평균 경력 23년 9개월…외국에서도 지원
합격자 현황을 보면 반도체 분야 평균 경력은 23개년 9개월, 석·박사 학위 보유율은 83%나 됐다. 현직 비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최신 기술과 동향에 정통한 전문인력이라는 게 관계 당국 분석이다. 지원자의 86%(150명)가 반도체 분야 기업 출신이고 해외기업 경력자의 국내 유턴 지원도 4명이나 됐다. 최고령 합격자는 60세, 최연소는 41세다.
합격자들은 임용 후 신규 심사관 교육 등을 거쳐 반도체 설계와 공정·소재 부서에 배치돼 특허심사 업무를 맡게 된다. 심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2년간 밀착 지도(멘토·멘티)도 받는다. 이들은 최초 2년간 일한 뒤 최대 10년까지 근무 연장이 가능하다.
퇴직 전문인력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은 핵심인력 해외 이직 등에 따른 인력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 관계 당국은 퇴직 고급 인력을 활용해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청 특허심사관 업무량을 줄여 특허 관리를 꼼꼼히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현재 특허심사관 935명이 연간 250~300건의 특허를 심사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중국 등보다 2~4배 많은 업무량”이라고 했다. 2020년 기준 미국은 특허심사관 1명이 74건, 중국은 109건을 심사했다.
민간기업 대비 급여 불구, 6대 1 경쟁률
애초 민간 기업보다 낮은 급여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원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서 접수 결과 30명 모집에 165명이 몰려,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통상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전문임기제 심사관 채용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이번 채용에 합격한 A씨는 “엔지니어로 터득한 기술 노하우와 다양한 경험을 살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합격자 B씨는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이 해외로 스카우트 되는 현실을 보며 기술 유출 문제점과 특허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지원 동기를 말했다.
특허청 "윤석열 정부 반도체 산업육성 정책"
특허청 류동현 차장은 “윤석열 정부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하나로 추진한 채용으로 민간 우수 인력을 공공영역에 활용하는 새로운 실험”이라며 “반도체 분야 핵심인력의 해외 이직을 방지하고 신속·정확한 반도체 특허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