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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사극 ‘화력조선’ 520만 뷰…박물관이 만들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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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선의 전쟁사를 실감나게 다룬 유튜브 콘텐트 ‘화력조선’의 한 장면. [사진 국립진주박물관]

조선의 전쟁사를 실감나게 다룬 유튜브 콘텐트 ‘화력조선’의 한 장면. [사진 국립진주박물관]

패전을 직감한 장군 얼굴 뒤로 독백이 흐른다. “조정은 출전하는 병사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을 돌렸다. 면포로 한기를 막고 흰쌀로 주린 배를 채워 줄 생각을 못 했다.” 그 뒤로 불을 피워 추위를 피하는 병사들의 초라한 행색이 보인다. 유튜브 조회 수 520만 회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은 ‘화력조선’ 시리즈 중 ‘사르후 전투’의 한 장면이다. ‘화력조선’은 국립진주박물관이 만들었다. 시즌3은 1619년 조선군이 명나라에 파병돼 후금과 싸운 사르후 전투, 1637년 광교산 전투 등을 다룬 10~2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 등 다섯 편으로 구성됐다.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의 특성을 살려 조선의 뛰어난 화약무기 기술을 보여주겠다는 게 기획 의도다. 고고학 전공자이면서 ‘밀덕’(전쟁·군사물 마니아)인 김명훈 학예연구사와 밀리터리 영상 제작사 ‘우라웍스’ 이영상 대표가 합작했다. “대하사극을 보다가 속이 터져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들을 지난 20일 만났다.

이영상 우라웍스 대표(왼쪽)와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김경록 기자

이영상 우라웍스 대표(왼쪽)와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김경록 기자

김 연구사가 꼽은 ‘화력조선’의 인기 비결은 “박물관답지 않은 연출”이다. 군사 관련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우라웍스가 연출은 물론, 소품 제작까지 맡았다. 김 연구사와 함께 장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고증했다. 이 대표는 “극 중 백고초기(군영에서 길을 가르거나 합치는 신호로 사용했던 깃발)는 영조 때 병서 『속병장도설』에 기록된 고초기 그림을 본 따 만들었다”고 했다.

조선군의 총소리도 고증에 기반해 만들었다. 사르후 전투 영상에서 조선군이 조총을 쏠 때 ‘픽’ 하는 맥없는 소리가 난다. 김 연구사는 “초기 활강총은 화약 힘이 약하고 총알이 총신을 밀폐하지 못해 힘없는 소리가 났다”며 “강한 파열음의 총기 소리는 몇백 년 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장 기억 남는 작업으로 “1600년대 조총을 재연하기 위해 일본에서 조총용 화승(불을 붙이는 노끈)을 공수해온 일”을 꼽았다. 거마작(적의 진격을 막기 위해 세우는 울타리)과 귀약통(화약 보관 용기)도 그가 사료를 뒤져가며 직접 만들었다. 편당 평균 1600만원을 투입한 저예산 단편영화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배경이다.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사는 “대하사극의 조선군은 죄다 삼지창을 들고 있는데, 삼지창은 숙련된 소수의 살수(창·칼을 다루는 병사)만 쓸 수 있는 무기”라며 “사르후 전투에 파견된 조선군 절반 이상은 조총병으로 구성돼 다양한 화력무기가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7세기 전투를 영상화하면서 활과 창으로만 싸우는 장면을 넣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료에 근거해 화약무기를 많이 등장시켰다”고 했다.

‘화력조선’ 시즌4는 오는 8월 공개된다. 단편영화를 포함한 영상을 먼저 공개하고, 올 12월에는 국립진주박물관에서 특별전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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