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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 "통신갑질 깨야"…통신장애 2시간 안돼도 배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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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2시간 미만 통신장애도 이용자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서민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 은행의 대출 한도도 완화해 나가기로 했다.

관계 부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금융 과점 해소 정책 방향을 최근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통신·금융 부문을 비판하며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점 체제인 통신·금융 부문의 불공정 약관 및 계약행위 전반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보고했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통신·금융 분야 불공정 약관을 시정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통신사의 경우 약관에 일정 시간(2시간) 이상 통신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을 지적하면서 “2시간 미만이라도 사업자가 고의, 중과실인 경우에 배상하도록 시정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화통화는 물론 카카오톡이나 인터넷망 등 먹통 장애에 따른 배상을 모두 현실화시킬 것”이라며 “기존 약관과 관계없이 짧은 시간 통신 장애가 발생해도 통신사의 과실이 드러나면 배상을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통신 3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5G 과장광고(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서도 엄정 제재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2022 캔위성 경연대회 대학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화여대 캔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서 2022 캔위성 경연대회 대학부 최우수상을 받은 이화여대 캔위성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금융감독원은 “5대 금융사(우리·신한·하나·KB국민·NH농협)가 과점하고 있는 금융·대출 시장을 다변화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우선 인터넷 은행에 대한 대출한도 규제를 완화해 기존 은행의 이익 독점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핀테크(FIN-Tech·금융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도 추진한다. 은행의 경쟁 구도로 과도한 예대 마진(대출과 예금의 금리 차) 등을 줄여나가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은 또 특정 지역(부산·광주 등)에 영업이 한정된 지방은행이 공동 플랫폼을 통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고객에게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천편일률적인 통신 요금제와 금융권의 예대 마진 등을 지적하면서 “이건 사실상의 담합이고 갑질이다. 이걸 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느냐”며 “시장의 룰이 깨지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자유시장 경제 체제의 핵심은 공정한 경쟁”이라며 “관계 부처는 과도한 지대 추구를 막고, 시장의 효율성과 국민 후생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꿈과 도전의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 앞서 달탐사 로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꿈과 도전의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에 앞서 달탐사 로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 경쟁은 윤 대통령의 핵심 철학에 가깝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던 2018년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을 방문해 관련 논의를 했으며, 2019년 검찰총장 취임사에서도 여러 차례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과점 체제 타파와 자유경쟁 시장 활성화가 평소 윤 대통령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업계에서 일회성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질적인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계속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식 공정경쟁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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