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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전설이 콕 집었다…장준아, 메이저 우승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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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 감독(오른쪽)의 지도를 받는 기대주 김장준. 최근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등 기량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인천 송도 모나크 테니스 클럽 코트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이 감독과 김장준. 우상조 기자

한국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 감독(오른쪽)의 지도를 받는 기대주 김장준. 최근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는 등 기량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인천 송도 모나크 테니스 클럽 코트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이 감독과 김장준. 우상조 기자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단단히 각오해.” (이형택 감독)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김장준)

오리온 테니스단 이형택(47) 감독과 유망주 김장준(17·오리온)의 훈련 장면이다. 최근 인천 송도의 한 테니스 코트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는 모두 실전을 방불케하는 진지한 자세로 라켓을 휘둘렀다. 테니스 레전드 이형택 감독의 지도를 받는 김장준은 기량이 부쩍 향상됐다는 평가다. 최근 두 차례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김장준은 지난달 국제테니스연맹(ITF) 뉴델리(1월14일), 콜카타(1월21일·이상 인도) 국제주니어대회에서 연거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생애 처음으로 국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장준의 세계랭킹은 113위에서 단숨에 48위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김장준은 귀국 후 곧바로 ‘훈련 모드’에 돌입했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잠시도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이형택 감독의 철학 때문이다. 이 감독은 “장준이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동시에 보완해야 할 부분도 확인했다. 앞으로 세계적인 강자들과 싸워야 하는데 한두 번 잘했다고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세계 무대가 얼마나 냉엄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한국 남자 선수 중 최초로 16강까지 올랐다. US오픈은 호주 오픈·프랑스 오픈·윔블던과 함께 테니스 4대 메이저로 꼽히는 대회다. 이형택도 메이저 대회 우승은 물론 8강에도 들지 못했다.

이 감독은 제자 김장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오리온 테니스단은 유망주를 발굴해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7월 창단했다. 김장준은 초대 감독 이형택이 오랜 기간 관찰한 끝에 직접 발탁한 선수다. 현재 오리온 테니스단엔 4명의 유망주가 활약 중이다. 이 감독은 훈련 외 시간까지 할애해 김장준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첫 원정이었던 이번 인도 대회에서도 2주 내내 코트 안팎에서 제자와 둘이 동고동락했다. 이 감독은 “장준이는 테니스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선수다. 내 선수 시절엔 싸이월드 하느라 하루에 몇 시간이 훅 지나갔다. 그런데 장준이는 MZ세대로는 보기 드물게 소셜미디어는 물론 게임을 거의 하지 않고, 테니스에 ‘올인’한다”고 칭찬했다.

이형택

이형택

이형택

출생: 1976년 1월 3일
키: 1m79㎝
소속: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
사용 손: 오른손
별명: 호랑이 감독
제자: 정현, 권순우, 김장준 등
최고 랭킹: 세계 36위
메이저 최고 성적: US오픈 4회전(2000·07년)
한국 남자 최초: ATP투어 우승, 메이저 4회전(US오픈)

김장준은 이 감독의 지도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김장준은 “대회 초반 주눅이 들어서 소극적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께서 ‘실력이 좋은데 왜 자신있게 하지 않느냐’고 질책하셨다. 그 조언에 따랐더니 실력을 100%를 발휘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감독님은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도 누굴 만나든 당당하셨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코트에선 ‘똘끼 있다’ ‘건방지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 둘 중 하나는 쓰러져야 끝나는 전쟁터가 바로 테니스 코트다. 좀 부족해도 ‘코트에선 내가 왕’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선배들이 마음에 품었던 ‘헝그리 정신’을 장준이에게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장준에겐 우승 외에도 큰 수확이 있었다. ‘호랑이 감독’인 이 감독과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김장준은 “눈 떠서 자는 순간까지 함께 지낸 덕분에 감독님과 사이가 무척 가까워졌다. 입단 후 처음으로 ‘감독님께서 출연 중인 축구 예능프로(뭉쳐야 찬다)를 잘 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요즘 골키퍼로 포지션을 바꿨는데, 수비수보다 적응이 쉽다’고 농담도 하셨다. 출연자 중 격투기 종목 김동현 선수의 팬이라고 했더니, 사인도 받아주신다고 하셨다”고 했다.

김장준

김장준

김장준

출생: 2006년 12월 18일
키: 1m80㎝
소속: 오리온
사용 손: 오른손
별명: 리틀 이형택
롤모델: 이형택, 라파엘 나달
꿈: 이형택 감독이 못 이룬 US오픈 우승
최고 랭킹: 주니어 46위(현 61위)
최고 성적: 뉴델리·콜카타 주니어 국제대회 우승(2023년)

이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나를 예능인으로 알 수도 있다. 내 현역 시절 영상이 워낙 적어서 아마 장준이도 ‘선수 이형택’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장준은 “유튜브를 통해 이미 다 찾아봤다. 나에게 감독님은 레전드이자 롤모델”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장준에게 “30살 차이 나는 감독님과 말은 잘 통하냐”고 묻자 그는 “친구들은 나를 ‘애늙은이’로 부른다. 감독님과 대화해도 벽이 없다”고 했다.

김장준의 다음 목표는 오는 5월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주니어 부문)에 출전해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 감독은 “마음속으로는 당연히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장준이가 내가 이루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나는 선수들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순간까지 묵묵히 곁에서 돕는 ‘휘발유’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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