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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서류냈지만 ‘합격’…도립대학 교수 부정 채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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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2021년 상반기 경남도립거창대학 홈페이지 게시된 A학과 겸임교원 채용 공고문. [공고문 캡처]

2021년 상반기 경남도립거창대학 홈페이지 게시된 A학과 겸임교원 채용 공고문. [공고문 캡처]

1996년 경남도가 전국 최초의 도립대로 설립한 경남도립거창대학(도립거창대)가 부적정한 업무 처리로 겸임교수 합격·불합격자가 뒤바뀐 사실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19일 경남도 감사위원회(도 감사위) 등에 따르면 도립거창대는 2021년 상반기 A학과 겸임교원(겸임교수) 채용 공고를 냈다. 공고문에는 건강보험 자격 득실 확인서와 국민연금 가입증명서, 소득금액증명서, 사업자등록증명(개인사업자) 등 4개 중 1개를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전공 관련 산업체 경력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공고에는 증빙서류와 관련해 “미제출 시 불인정”한다고 규정됐다.

그런데 응시자 B씨는 공고된 증빙서류가 아닌 다른 서류를 임의로 제출했다. 다른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발급한 경력 사실확인서였다. 서류심사위원회는 이 서류로 B씨의 ‘산업체 경력 점수’ ‘전공 관련 가점’ 영역을 평가했다. 반면 다른 응시자는 적합한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B씨는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했다.

경남도 감사위는 “서류심사위가 (B씨가 공고된)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평가를 했다”며“정상적으로 평정(평가해 결정)했다면 불합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립거창대는 “2019년 8월 강사법 개정 이전에는 학원 강사도 공고문에 명시된 증빙서류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어 B씨가 제출한 증빙서류를 근거로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도 감사위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면 채용 공고 이전에 해당 사실확인서 등도 경력 증빙서류로 포함해 공고하는 게 합당했다고 반박했다.

감사위는 설령 B씨 사실확인서를 서류 심사에 적합한 증빙서류로 인정한 뒤 평가했더라도 다른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사실확인서를 근거로 B씨의 산업체 근무경력을 평가하면, 당시 평점보다 더 낮게 나오는 게 적정했다고 도 감사위는 설명했다.

도 감사위는 채용 과정에서 학교 규정상 자격 조건이 맞지 않은 학교 인사가 심사에 참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씨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도립거창대 A학과에서 시간강사로 일했고 같은 기간 A학과에서 전임교원으로 일하던 C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경남도립거창대학 강사 인사 규정’에 따르면 심사위원 제척 사유로 ‘학연·지연 등 특수관계로 인해 심사결과 공정성이 의심받게 될 우려가 있다 판단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도 감사위는 응시자 B씨와 심사위원 C씨가 같은 시기, 같은 학과에 근무한 학연 등의 특수관계라고 판단했다. 도립거창대는 “제척 사유 중 사제지간·근무관계 등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도 감사위는 부실한 채용 관리 책임이 있는 대학 관계자 3명을 ‘훈계’ 처분했다. 박유동 도립거창대 총장에게도 재발 방지를 위한 직무교육 강화를 주문하며 ‘주의’ 조처했다. 도 감사위는 “공정 채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시대적 추세”라며 “최종합격자가 변동됐다는 사실은 과실 여부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유동 총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도 감사위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대학이) 외진 곳에 있어 현업 종사자를 채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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