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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한 달간 2만7000㎞ 강행군 “마지막 국가대표 각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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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친정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로 돌아온 포수 양의지(36)는 최근 한 달 사이 여러 차례 비행기를 탔다. 지난달 19일 일찌감치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이달 1일엔 곧장 현지의 두산 스프링캠프로 합류했다. 예년 같으면 시드니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 몸을 만들고 있었겠지만, 올겨울은 이야기가 달랐다.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를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이동해야 했다.

강행군의 시작이었다. 양의지는 지난 12일 호주 시드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딱 하루만 쉰 뒤 14일 투손으로 출발했다. 직항편이 없어 LA를 경유해야 하는 여정. 서울과 시드니를 왕복한 뒤 태평양을 건너간 거리를 모두 합치면 무려 2만7000㎞나 된다. 이달 말에는 WBC 1라운드를 위해 다시 일본 도쿄까지 날아가야 한다.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사진 가운데).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사진 가운데).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만만찮은 강행군이지만, 양의지의 얼굴에선 여유가 넘쳤다. 야구 국가대표팀 소집훈련이 시작된 16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양의지는 “(한 달 사이) 이렇게 많이 이동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항공사) 마일리지는 많이 쌓였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또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비행기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다행히 오늘 푹 자고 나와서 몸 상태는 괜찮다”며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양의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 주전 안방마님이다. 2015년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에 이어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 때마다 마스크를 썼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도 31경기나 된다.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WBC에서도 양의지는 이강철(57) 감독과 조범현(63) 기술위원장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이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경험과 노련미를 모두 갖춘 포수가 바로 양의지였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국가대표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이렇게 매번 뽑아주셔서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마지막 국제 대회라는 마음으로 후배들을 이끌겠다”고 했다.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WBC 준비를 위해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훈련한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최근 두 차례 한·일전 패배 설욕이 목표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최근 마운드가 부쩍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8년생인 김광현(35·SSG 랜더스)과 양현종(35·KIA 타이거즈)이 여전히 투수진의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2002년생 이의리(21·KIA)와 2001년생 소형준(22·KT 위즈) 등 젊은 투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중책을 맡기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나 양의지는 “나는 우리 마운드가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나가서 패기 있게 던지고, 포수인 내가 잘 받아낸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이날 유독 ‘일본’이라는 단어를 많이 꺼냈다. 2019년 프리미어12와 2021년 도쿄올림픽 한·일전에서 잇달아 일본에 졌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양의지는 “최근 두 차례 한·일전에서 크게 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엔 잘 준비해 꼭 되갚아주고 싶다”며 “일본 야구 경기 영상이 많이 있다. 비디오를 자세히 보면서 꼼꼼하게 분석하려고 한다”고 했다.

만약 한국이 2라운드까지 통과하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건너가 4강전을 치른다. 36살 베테랑 포수에겐 쉽지 않은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양의지는 “정신력으로 버티겠다”는 한마디로 주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전날 대표팀 숙소로 도착한 양의지는 이날 수비와 타격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타격 감각을 조율한 뒤에야 짐을 챙겼다. 양의지의 WBC는 이미 시작됐다.

◆국가대표 양의지의 강행군

1월 19일 서울→시드니 : 8300㎞
2월 12일 시드니→서울 : 8300㎞
2월 14일 서울→LA→투손 : 10400㎞
2월 27일 투손→LA→서울→도쿄 : 11500㎞(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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