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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이번엔 '5대은행 과점’ 겨냥…은행권 경쟁 촉진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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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업에 대한 경쟁시스템 도입 마련을 주문했다. 은행의 ‘돈 잔치’를 가능하게 한 배경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에 있다고 보고 이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역할 확대, 핀테크 기업의 은행권 진출 장벽 완화와 같은 방안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13회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라며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ㄷ차) 축소, 취약차주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최상목 경제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권의 경쟁 촉진을 논의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이달 중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은행업에 시장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 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은행권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당초 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가 전날 밤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의 과점 체제 해소를 거론한 건 현 한국 금융 시장에서 주요 5개 은행이 국내 예금 및 대출 상품 시장의 60~70%를 점유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판단에서다. 은행 간 경쟁이 없다 보니 소비자 유치를 위해 대출금리 인하나 예금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손쉬운 이자 장사를 벌이며 고금리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같은 ‘돈 잔치’를 벌였다고 윤 대통령은 보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상목 수석은 이날 경쟁 촉진 방안으로 예대금리차 공시, 대환대출 및 예금비교 추천 플랫폼 등과 함께 금융-정보기술(IT) 간 장벽 완화를 꼽았다. 세부 방안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확대,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활성화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 은행업권의 ‘플레이어’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냐는 반문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 규모에서 5개 시중은행이 7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걸 두고 과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은행 진입 장벽 완화 시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수 자체보다는 은행이 과도한 이자 수익을 벌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는 “은행업의 집중도가 낮아져 전반적 경쟁도가 개선됐으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 효과가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은행 진입 필요성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경쟁 촉진 정책 필요시 ‘스몰 라이언스’ 도입 여부 등이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몰 라이선스는 은행별 라이선스를 기능별로 세분화하는 걸 뜻한다.

이와 관련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98년 이전에는 은행권 내 경쟁이 굉장히 심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외환 위기를 맞았고 이후 금융회사들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바뀌면서 국내 은행이 전반적으로 과점 체제로 돌아간 측면이 있다. 이는 정책당국에서도 검토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은 더 경쟁적일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업금융 쪽은 더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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