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강뷰 꿈이 악몽 됐다…공실률 100% '세종 명당'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종시 금강 변의 한 상가에 매매, 임대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금강 변의 한 상가에 매매, 임대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금강변 한 상가, 점포 41곳에 입점 ‘0곳’ 

지난 13일 세종시 보람동 금강변의 한 상가. 4층 규모 건물 외벽에 ‘매매·임대’ 전단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무조건 다 맞춰드립니다”라고 쓴 자극적인 문구도 보였다. 1층 복도에 들어서자 내부 인테리어조차 하지 않은 ‘깡통’ 공실이 상당수였다. 이 상가는 2017년 준공됐다. 지난 5년 동안 빈 상태에 놓인 점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 상가는 분양 초기 금강이 코앞에서 보이는 이른바 ‘명당’으로 불렸다. 세종시청이 맞은 편에 있고, 세종의 랜드마크인 금강보행교(이응다리)와도 불과 300m 거리다. 관공서 고객에 강변을 즐기러 나온 주민들이 상가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공실률 100%다. 사성기 금강수변상가발전위원회 총무는 “상가 내 점포 41곳 중 정식 임차 계약을 맺은 곳이 현재 한 곳도 없다”며 “일부 수분양자가 관리비만 받고 사무실 용도로 점포를 빌려준 곳이 있다. 그런 곳도 월세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세종시 전경. 중앙포토

세종 상가 공실률 22.9%…금강변 더 심각 

옆 상가 건물도 텅텅 빈 점포가 많았다. 2015년~2016년 사이 34개 점포가 모두 분양됐지만, 현재 공실률이 79.5%다. 상가 27곳이 빈 상태다. 사 총무는 “금강수변상가 구역 대부분 공실률이 심각한 상태”라며 “빈 점포가 자꾸 늘어나니 ‘장사가 안되는 곳’이란 인식까지 확산하면서 입점 업체를 찾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세종시가 금강 수변 상가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종시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22.9%로 17개 시·도 중 전국 1위로 조사됐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0.9%로 역시 전국 최고다. 세종시 간선급행버스(BRT) 노선 상권과 아파트 단지별 상가구역 등을 합한 수치인데 금강수변구역 상가는 공실률이 훨씬 높다.

유인호 세종시의회 의원(보람동)은 “보람동에서 대평동에 있는 금강 수변 상가를 지난달 31일 직접 둘러본 결과 498개 점포 중 공실로 남은 곳은 287개(57.6%)로 확인했다”며 “금강 수변 상가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세종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금강 변의 한 상가에 매매, 임대 전단이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금강 변의 한 상가에 매매, 임대 전단이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상인들 “유인책 필요…입점 업종 확대해야” 

2016년 상가를 분양받은 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금강 뷰가 나오고 관공서가 인접해 있어 장사가 잘될 줄 알았지만, 식당을 찾아 밥을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코로나19 이후에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금리가 상승하면서 더 어려워졌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금강 수변상가 구역은 세종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입점 업체가 제한됐다. 남지현 세종시 지구단위계획 팀장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수변상가는 크게 슈퍼마켓이나 소매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정도 들어설 수 있다”며 “지난해 10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이·미용원과 공공업무 사무실, 서점, 사진관 등이 들어올 수 있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빈 상가를 채우지 못했다.

금강 수변 상가 임대료는 49.5㎡(15평, 2층) 기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 정도다. 3년 전 월 120만~15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유인호 의원은 최근 시의회 5분 발언에서 “입점 업체 규제를 더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임대료가 준공 초기보다 많이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공실이 많은 것은 문제”라며 “스크린 골프 연습장과 병원 등을 상가 입점 가능 대상에 추가하는 등 허용 용도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금강 남쪽 세종시청과 북쪽 세종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박물관단지를 연결하는 금강보행교. 연합뉴스

세종시 금강 남쪽 세종시청과 북쪽 세종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박물관단지를 연결하는 금강보행교. 연합뉴스

유인호 시의원 “병원, 비즈니스호텔 건립 검토해야”  

그는 이어 “금강 북쪽에 이미 호텔 한 개가 들어섰고, 조만간 2개가 개장할 예정이지만 금강수변상가 주변에는 체류형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없다”며 “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시설 건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강변 상인들은 물놀이터나 소규모 피크닉 시설 조성, 주차장 확대 등 유동인구 유인책을 원하고 있다. 반짝 특수에 그친 금강보행교를 관광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나온다. 이현주 금강수변상가발전위원장은 “애초 설계를 할 때 상가 비율을 너무 높여 설계한 게 문제인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체육시설과 사우나 시설 등 입점 업체를 다양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올해 BRT 역세권 상가와 금강 수변 상가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