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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누스 “양극화 해소, 과거의 길로는 새 목적지 못 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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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무함마드 유누스가 13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무함마드 유누스가 13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극화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뉴시스]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고안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 ‘유누스재단’ 의장이 한국을 찾았다. 유누스 의장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1976년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고안하고 ‘그라민 은행(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은행이란 뜻)’을 만든 인물이다. 빈민층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자활을 돕는다는 목적에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가 서울을 찾은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소득과 교육 분야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추진하는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유누스 의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오세훈 시장과의 대담에서 “과거의 길만 가게 되면 새로운 목적지를 가지 못하며 새로운 목적지를 가고 싶다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들이 오 시장에게 영감을 받아 따라갈 수 있도록, 오 시장이 시민에게 상상력과 영감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누스 의장은 서울시의 온라인 교육플랫폼 ‘서울런’을 언급하면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이라며 “서울런은 (오 시장이)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변화를 만들어낼 열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새로운 소득보장 제도인 안심소득을 시범운영 중인 가운데 오 시장이 취약계층을 위한 또 다른 실험의 필요성을 꺼냈다. 오 시장은 대담에서 “중위소득 50% 이하 기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분들에겐 또 다른 실험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안심소득은 소득이 일정 금액에 미달하는 가구에 일정 비율에 따른 현금을 지원한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구조다.

오 시장은 보완책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언급했다. 월 소득이 중위소득 85%(2023년 1인 가구 기준 월 176만6208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를 서울시가 지원하는 안심소득 시범 사업에 더해 새로운 방식의 복지모델 실험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미래의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안심소득이) 뜻대로 안 될 수도 있어 ‘플랜 B’를 놓고 늘 고민하고 있는데 유누스 의장이 실험해 성공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무담보 대출로 (지원 대상자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도 또 다른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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