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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시대' 열어 젖힌 흑인 쿼터백 마홈스…수퍼보울 우승·MVP

중앙일보

입력

수퍼보울 우승과 MVP를 차지하며 레전드 쿼터백에 오른 캔자스시티 쿼터백 마홈스. AP=연합뉴스

수퍼보울 우승과 MVP를 차지하며 레전드 쿼터백에 오른 캔자스시티 쿼터백 마홈스. AP=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상대로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 수퍼보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캔자스시티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57회 수퍼보울에서 필라델피아에 38-35로 승리했다. 캔자스시티는 전반(1·2쿼터)을 14-24로 크게 밀렸으나 마지막 4쿼터에 17점 몰아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로써 캔자스시티는 1969년과 201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빈스 롬바르디(수퍼보울 우승컵)를 들어 올렸다. 최근 4시즌간 세 차례 수퍼보울에 진출해 두 번 우승을 차지하며 '치프스 왕조'를 활짝 열어 젖혔다.

흑인 쿼터백 마홈스의 성공은 의미가 남다르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흑인 쿼터백 마홈스의 성공은 의미가 남다르다. USA투데이=연합뉴스

3개의 터치다운과 182야드를 정확히 패스한 캔자스시티 쿼터백 마홈스(28)는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정규리그 MVP에 이어 수퍼보울 우승과 MVP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이뤘다. 그는 35-35으로 맞선 경기 종료 1분54초를 남기고 상대의 반칙을 유도하는 결정적인 패스를 성공했다. 캔자스시티는 이어진 공격에서 필드골(3점)을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2019시즌에 이어 두 번째 수퍼보울 우승·MVP를 이룬 마홈스는 명실상부 NFL 레전드 쿼터백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미국 CBS는 마홈스를 NFL 역대 최고 쿼터백 톰 브래디(46·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견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CBS는 "마홈스는 브래디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정규리그 MVP, 수퍼보울 우승·MVP를 달성했다"고 치켜세웠다. 수퍼보울 우승 7회, MVP 5회, 정규리그 MVP 3회를 차지한 브래디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마홈스의 성공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가 흑인이라서다. 필드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쿼터백 그동안 브래디를 비롯해 주로 백인들이 활약하는 포지션이었다. NFL 역대 쿼터백 패싱 야드 1~10위가 모두 백인일 정도다. 마홈스와 필라델피아의 제일런 허츠(25)가 출전한 올해 수퍼보울도 역사상 첫 흑인 쿼터백간의 맞대결로 큰 주목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쿼터백은 미국 문화에서 의미가 특별한 포지션이다. 미국인들은 학창 시절부터 쿼터백을 카리스마를 가진 팀의 리더로 인식한다. 프로에서도 가장 인기 있고 연봉이 높은 선수"라고 설명했다.

톰 브래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마홈스. AP=연합뉴스

톰 브래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마홈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반면 흑인 쿼터백은 평가절하됐다. '암묵적 인종차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흑인 쿼터백 마홈스는 '변화'를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홈스는 "날 경기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도전했고, 승리하려면 팀 모두가 필요했다. 우리가 수퍼보울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하프타임쇼는 팝스타 리한나가 책임졌다. 관중석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커이스), 힙합 가수 제이지 등 수퍼스타들이 환호했다.

올해 수퍼보울은 역대급 '쩐의 전쟁'으로도 기록된다. 생중계를 맡은 폭스TV가 책정한 30초 짜리 광고 단가는 700만 달러(약 88억원)로 역대 최고다. 지난해 단가(650만 달러·82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수퍼보울은 전 세계에서 1억 명 이상이 중계를 시청한다. 우승팀을 맞히기 베팅 이벤트에는 미국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5040만 명이 참가했다. 같은 행사에 역대 최다인 160억 달러(20조원)가 몰렸다.

전미양계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퍼보울 주말엔 미국에서 14억5000만 개의 닭날개가 팔렸다. 요일에 열리는 수퍼보울은 미국인들에겐 ‘명절’ 같은 날이다. 가족과 지인이 모여 경기를 보고, 늦은 시간까지 먹고 마신다. 후유증을 염려해 아예 이튿날인 월요일에 휴가를 내는 사람만 매년 평균 1600~1700만 명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약 3조2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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