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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승우의 미래의학

AI의료 시대에도 핵심은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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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2023년 새해가 어느덧 두 달째다. 경제 위기와 안보 불안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오늘도 각자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이들의 노력이 모여 인류는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현재 의료계는 ‘스마트 미래병원’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AI와 로봇을 활용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불과 7년 전인 2016년 3월 9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불계승으로 첫 승을 거두었다는 속보가 쏟아진 그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AI가 발달해 왔다고 하지만 인류 지혜의 총합인 바둑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앞설 것이며 천재 기사 이세돌이라면 이겨줄 것이라던 막연한 희망이 무너지면서 AI에게 곧 전 인류가 굴복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폭발했던 시기였다.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 없어야
시범 운영해 보니 장단점 명확
더 좋은 세상 만드는 노력 계속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당시 의료계 역시 위기감이 엄습했다. 세계적 석학 중에서도 학습 및 분석 영역에서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으니 영상의학 등 다수의 의료 분야에서 당장 전공의 교육을 중단하고 AI에게 맡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그 충격이 컸지만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기 직전의 공포감이 가장 크다는 진실은 의료 AI 분야에서도 똑같이 부각됐다. 즉, AI가 수치로 분석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한참 뛰어넘지만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영역에서는 아주 기대에 못 미치는 등 인간의 장단점과 정확히 반대되는 능력치를 보여주고 있던 것이다.

10여년 전 암 정복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IBM ‘왓슨’은 퇴장 수순을 밟고 있으며,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역시 영국 정부와 공동 진행한 ‘전력효율화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가 무위로 돌아간 바 있어 AI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것이 아니었냐는 회의론이 최근까지 존재했다.

그러던 중 최근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라는 대화형 AI가 의료, 법조 등 고도화된 전문 영역의 지식 제공은 물론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러운 문장을 제공해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영어권 이외의 언어 정확도가 낮으며 2021년 이후 정보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종종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약점 또한 존재한다고 한다. 아직 AI 분야는 발전하고 있는 영역이며 어떤 변수가 나올지 알 수 없기에 ‘챗GPT’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게임 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제2의 알파고’가 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AI는 향후 의료현장에서 유용한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7년 AI연구센터를 설립하고 AI분석 서버 20대 및 수십여 전문 연구원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첨단 미래병원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AI 딥러닝 학습 결과와 치료 현실을 대조해 본 결과, 학습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전적으로 AI에 의존해 치료하기는 불가능하나 의료진을 돕는 보조 기능으로서는 매우 유용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심야시간대 또는 감염병 생활치료센터 모니터링 등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특수상황에서는 영상검사 결과를 AI가 먼저 판독해 우선순위를 조정한다든지, 욕창 환부를 사진으로 찍어 AI에게 학습시킨 후 현장 간호사가 보내온 사진을 판독해 이에 맞는 드레싱 재료까지 추천하는 데 성공해 보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 첨단 디지털 의료시대에는 AI가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유용한 보조도구로서 운영될 것이며 AI 활용 능력이 높은 의료진이 명의로 인정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다 빈치(Da Vinci) 로봇으로 다양한 외과수술을 전개하고 있던 의료계는 AI와 결합한 자율 운행 로봇 도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야간 물류 이송 로봇을 지난해부터 활용 중이며, 입원환자 회진 로봇, 소셜·방역 융합 로봇, 특수검체 이송 로봇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로봇 운영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2027년 글로벌 보건의료 분야 AI 시장 규모는 95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탄탄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료 분야 AI 활용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치료 효과 상승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 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의료계와 IT업계가 다 함께 고민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나가길 기원한다.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