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닥필름-후지 홈구장서 반격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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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필름업계의 쌍두마차인 코닥과 후지의 한판 싸움이 후지의 홈코트 일본에서 빌어지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당초 후지가 코닥의 본바닥인 미국시장을 공략한데 따른 코닥의 반격전 양상을 띠고있어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코닥은 지난 84년 동경에 야전사령부를 설치하고 요코하마에 생산공장을 세우 후 6년째 대 후지 전면전을 벌이고있다.
코닥의 총 공세는 난공불락으로 정평 있는 일본시장에서 올 들어 뚜렷한 전과를 내고 있다. 올 들어서 코닥은 일본에서 13억달러어치를 팔아 작년보다 무려 6배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코닥의 이 같은 성적은 덤핑에 의한 것이 아니고 철저한 판촉전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후지 진영에는 비상이 걸려있다. 후지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과거 미국에서 행했던 일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고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코닥의 일본시장 공략은 미국기업답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전개되고있다.
우선 경영부터 일본인의 손에 맡겨 일본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있다.
판매망 구축도 일본회사를 통하고 있다. 무역회사인 나가세 상업이 일본 내 코닥의 판매를 2년째 도맡고 있어 코닥으로서는 「이일제일」의 전법을 쓰고있는 양상이다.
코닥의 공격은 이 정도 선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현지투자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광학기기 베이커인 치논사 지분의 20%를 차지하는 대주주며, 일본시스팀하우스와 코닥 이미지카사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과거 쿠스다란 상표로 팔리던 마이크로필름 메이커인 코닥인포메이션시스팀 사도 인수했다.
코닥으로서는 일본 내에 계열 망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판촉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삿포로 등 일본내 주요 도시의 대형네온광고탑 건설에만 1백만 달러를 쓰고 있으며 일본씨름인 스모와 유도·테니스 등 주요 경기에 스폰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88 서울올림픽 때는 일본팀의 스폰서도 했다.
코닥의 집요함은 계속된다. 1백만달러를 들여 코닥의 상품로고가 새겨진 비행선을 3년째 일본상공에 띄우고 있다.
이 같은 판촉에 들이는 돈은 후지와 또 다른 경쟁자인 코니카사가 쓰는 광고비의 3배에 이르고 있다.
이런 대공세에 힘입어 코닥의 일본내 이미지는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 6년간 연평균 1%씩 시장점유율을 높여 이제는 시장점유율이 15%에 이르러 몇 년내 일본시장 2위인 코니카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수필름시장에서는 코닥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X레이용 필름의 경우 또 8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코닥은 일본인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필름포장의 색깔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짙은 황금색으로 바꾸는 세밀함까지 보이고있다.
일본지사의 경영도 일본인들 손에 맡겨 4천5백명의 직원 중 본사에서 파견된 인원은 30명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내치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바깥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있던 후지가 판촉전문가들을 최근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도 코닥의 이 같은 집중포화를 피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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