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령관 "中 풍선 접근 알았지만, 적대적 행동·의도 안 보여 격추 못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글렌 밴허크 미군 북부사령부 최고 지휘관 겸 북미방공사령부 사령관. AP=연합뉴스

글렌 밴허크 미군 북부사령부 최고 지휘관 겸 북미방공사령부 사령관. AP=연합뉴스

미국 군 당국은 지난달 말 중국 정찰 풍선이 알래스카주에 다다르기 전 그 존재를 알았으나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격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풍선의 미국 진입 8일 뒤 격추해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군 북부사령부(NORTHCOM) 최고 지휘관이자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인 글렌 밴허크 공군 장군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풍선이 알래스카에 접근했을 때 격추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밴허크 사령관은 "그것(풍선)이 알래스카에 접근할 때 인지(domain awareness)했다. 이 풍선이 북미에 물리적 군사적 위협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 내 평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적대적인 행동이나 적대적 의도를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즉각적인 조처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28일 풍선이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에서 미국 영공으로 진입할 때 존재를 알았지만,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격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풍선의 정보 수집 능력을 제한하기 위해 풍선 경로를 따라 위치한 민감한 장소를 보호(shield)하기 위한 조처를 했다고 밴허크 사령관은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자 방해 장치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61m 높이 풍선, '미식축구장 225개' 흩어진 잔해

밴허크 사령관은 풍선 높이가 200피트(약 61m)에 달하며, 하단에 부착된 정보탑재장치(payload)는 소형 제트기 크기에 무게는 수천 파운드(수백㎏)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육지에서 풍선을 격추할 경우 파편이 지상에 있는 민간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항공우주국(NASA)이 풍선을 격추할 경우 잔해가 6마일(약 9.6㎞) 이상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형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지난 4일 풍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6마일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F-22 전투기가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밴허크 사령관은 풍선 잔해는 바닷속에 미식축구 구장 225개 크기, 약 2.25㎢ 면적에 흩어져 있다고 전했다. 풍선에 민감한 장비를 파괴하기 위한 폭발물이 탑재됐을 수 있어 잠재적으로 위험 폐기물로 취급하고 있지만, 풍선이 폭발물을 운반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해군 폭발물 처리반이 수심 50피트(약 15m)에서 잔해를 평가하고 있으며, 무인 로봇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열 전지판에서 나오는 배터리와 깨진 유리 같은 위험 폐기물도 찾고 있다. 연방수사국(FBI) 방첩 요원들이 해군과 공조하고 있다. 초기 수거된 잔해는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FBI 실험실로 보내졌다.

"中 풍선, 트럼프 행정부 때 3회, 바이든 때 1회 추가 침범" 

국방부는 앞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3회, 바이든 행정부 초기 1회 미국 영공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관료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밴허크 사령관은 당시 군은 풍선 진입을 실시간으로 알지 못했다며 "인식의 시간차(awareness gap)"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풍선이 미국을 빠져나간 뒤 "추가 수단"을 통해 사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이 사이버 스파이나 전화 도청, 인적 자원 등 어떤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스파이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현 정부 들어 개선된  사항이 지난주 정찰 풍선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한 행사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우리 영공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탐지하지 못한 것들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