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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경민의 이코노믹스

위성산업, 국가적 육성 통해 신성장 동력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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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성산업의 세계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별을 쳐다보기 위해 바라보던 우주 공간이 이젠 우주산업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위성,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첩보위성, 내가 지구의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알게 해 주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 등 하루라도 인공위성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우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인공위성 없이 살 수 없는 우주시대

고도 약 3만6000㎞에는 기상위성, 통신위성, 환경위성 등이 포진해 있다. 기상위성은 한반도를 고정하여 내려다보며 구름 사진을 보내온다. 지구 자전 속도와 거의 비슷하게 돌기 때문에 지구에서 우리 인공위성을 쳐다보면 늘 같은 자리에 정지된 것처럼 느껴져 정지궤도라 불린다.

현재 정지궤도에 있는 한국의 천리안 1호 위성엔 기상 센서와 통신중계기 등이 실려 있다. 천리안 2A호 위성엔 더 첨단화한 기상 센서와 해양관측 센서 등이, 천리안 2B 위성엔 미세먼지를 관측할 수 있는 환경감시 센서가 실려 있다. 가격은 평균 약 3500억원으로 평가된다. 이제까지 한국은 대형 로켓이 없어서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정지궤도로 투입됐는데, 발사 비용으로 매번 수백억 원씩 지급됐다. 천리안 위성 세 기 가격에 발사비용까지 합치면 1조원이 훨씬 넘는 예산이 소요된 것이다. 국력이 약한 나라는 인공위성도 가질 수 없다. 우리 로켓으로 우리가 개발한 기상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만으로 1조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기상위성의 기술자립도는 약 80%로, 핵심부품을 미국이나 프랑스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다. 꾸준한 연구개발로 위성 독자개발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기상위성 기술자립도 80% 수준
핵심부품 미국·프랑스서 수입

우주동맹 위해선 GPS 위성 필수
2035년 실용화 계획 차질 없어야

위성 독자개발시 수조원대 수익
소형위성 시대 동참, 기회 잡아야

한국의 최우선 개발대상은 GPS 위성

김경민의 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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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2000㎞에서 2만㎞의 우주 공간에 배치되는 GPS 위성은 세계 어디든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고, 여객기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목표한 공항에 착륙하게 한다. 한국의 우주개발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개발해야 할 위성 역시 GPS 위성이다. 8기의 GPS 위성을 2035년부터 실용화하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 한 번도 만들어 보지 못한 위성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도 속도감 있게 개발해서 포진해야 하는 위성이다.

미국은 24기의 GPS 위성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 정보를 우리는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1983년 미국에서 출발한 한국 여객기가 옛 소련의 미사일에 격추되어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관성항법장치에 오류가 있어 소련 영공을 침범하게 돼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이 비극에 대해 미국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던 GPS 정보를 여객기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결과 비행경로 이탈 같은 오류는 없어지게 됐고, 지금까지 미국의 GPS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이 예정대로 2035년에 자체 GPS인 KPS를 운용하게 되면 미국과 연동해 더 정밀하게 위치 정보를 파악하게 되고, 한·미 우주동맹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국의 GPS 위성은 1기당 발사비용까지 합치면 약 4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평가된다. KPS 운용 결정과 국가 예산 확정만으로도 한국의 국력이 강해졌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다만 한국은 GPS 위성을 개발한 경험이 없어 프랑스 등 우주선진국의 협력을 받아가며 사업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일본은 7기의 GPS 위성 배치가 거의 완료 단계에 있어 미·일 우주동맹을 이미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군사동맹이 우주동맹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적어도 GPS 위성과 군사용 첩보위성은 갖추어야 우주동맹 훈련이 가능하고, 또한 더 풍부한 정보로 북한의 동태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첩보위성 해상도 미국 10㎝급, 한국 60㎝급

첩보위성의 경우 렌즈로 내려다보는 광학 위성 2개, 비구름에 상관없이 탐색하는 레이더 위성 2개 등 합계 4개로 한조를 이루어 매일 북한을 들여다본다. 한국은 현재 첩보위성이 4개인데, 개당 가격이 대략 2500억원인 데다 프랑스 등 다른 로켓을 빌려 발사해야 하므로 개당 비용은 거의 3500억원이 들어간다. 운용 고도는 약 400~670㎞를 오간다. 일본은 우주기술 강국과 부자나라답게 총 10개를 운용하며 북한과 중국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미국의 첩보위성은 해상도가 10㎝급이어서 장애물이 없는 탁 트인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어떤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이 뉴욕타임스인지 월스트리트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 일본의 첩보위성은 기술발전을 거듭한 결과 지상물체 30㎝급을 식별해낼 수 있다. 한국은 약 60㎝급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데, 앞으로 해상도는 더 세밀해질 것이다.

기상위성 수명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

위성산업이 수백 년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라는 건 위성의 수명 때문이다. 첩보위성의 경우 배터리와 연료 그리고 광학기술 등의 요소로 인해 부품이 노후화된다. 과거에는 3~5년 정도의 수명이었는데 기술 발전에 따라 현재는 10년 정도 쓴다. 고도 3만6000㎞의 기상위성도 과거에는 수명이 약 10년이었는데 지금은 약 20년까지로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명을 다하게 되면 곧바로 새로운 위성이 투입되어야 기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 즉 수요가 계속 뒷받침되는 시장인 만큼 거의 영구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인 셈이다. 다른 나라 기술을 빌리지 않고 기상위성, GPS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만 갖춘다면 수조 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북 미사일이 일본 첩보위성 대국화 자극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품 기술의 발달로 위성이 대형위성에서 소형위성으로 바뀌는 추세다. 일본은 최근 북한 미사일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해 500㎏대의 소형위성 50개를 쏘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북한의 빈번한 미사일 발사와 직결돼 있다. 북한 미사일 잔해물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떨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일본 열도를 넘어가서 태평양 바다에 떨어지면서 일본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 정부의 국방비 증강을 비판해오던 일본 국민이 조용한 동의로 태도를 바꾸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지 않도록 조절해온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급격히 늘리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일본은 소형위성 50개를 2024년부터 쏘아 올려 지구 고도 400㎞의 저궤도를 빙빙 돌게 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즉각적으로 반격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 미사일을 격파하겠다는 것이다. 소형위성은 맑은 날에는 광학렌즈로 선명한 영상을 보내오고,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레이더 전파를 쏴 북한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내온다.

일본의 첩보위성은 현재 9개에서 2025년 1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소형위성 50개가 올라가면 첩보 위성이 60개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이러한 변화를 부추긴 것인데, 일본은 순조롭게 첩보위성 대국이 되어가는 셈이다.

주요국 최고지도자가 우주개발 지휘

한국도 소형위성 분야에는 나름대로 실적이 있다. 한국 기업 쎄트렉아이가 2009년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2.5m 이상의 지상 물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위성을 수출했고, 2014년에는 스페인에 해상도 0.75m급 광학 위성 수출에 성공했다. 가격은 60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정확한 가격은 상호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한다.

기상위성, GPS 위성과 같은 대형위성은 시장 수요가 그리 크지 않으나 소형위성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가 약 4만여 기의 초소형 위성으로 전 지구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위성통신 시대가 열리고 있다.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150여 기의 인공위성으로 지구 총면적의 40%를 상시 관측하고 있다. 한국이 초소형 인공위성을 수 백개만 쏘아 올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비롯한 신사업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세계 주요국은 나라의 명운을 걸고 우주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우주개발을 지휘한다. 장기 비전에 따라 천문학적 비용을 일사불란하게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달 탐사도 케네디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다. 일본의 우주개발전략 본부장은 기시다 총리다. 한국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으니 우주산업 육성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우주항공청도 2023년 하반기에 설립되어 우주 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우주 관련 사업들이 한층 역동적으로 전개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