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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인플루언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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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이들의 영향력은 많은 경우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많은 기업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열심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의 광고는 패스트 패션처럼 질이 낮고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틱톡처럼 Z세대 사이에 인기 있는 플랫폼에서 과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거부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제품 홍보가 아닌 역홍보에 사용한다고 해서 이들의 활동을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 즉 ‘반(反) 영향력 행사’라 부른다. 사용하지도 않을 제품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뿐 아니라, 인기 상품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구매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의 영상은 엄청난 ‘좋아요’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나이든 세대는 이 현상을 일단 회의적으로 보는 듯하다.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소비를 부추기고 돈을 벌었던 사람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끌려는 것일 뿐, 진정한 변화는 꾸준한 실천으로 습관이 변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초래한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자정 작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Z세대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오래 겪어야 할 세대라는 점에서 어쨌거나 긍정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제품을 홍보하면서 올리던 수입을 포기하고 불매운동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진의를 의심하기는 쉽지 않다. 일각의 우려처럼 반짝 유행일지 아니면 Z세대의 행동을 바꾸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