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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감히 조직 쇄신”

중앙일보

입력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뉴시스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뉴시스

우리금융그룹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정부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내부 출신 인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3일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임 후보자는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NH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라며 후보 선정 이유를 밝혔다. 임추위는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임 후보자는 이날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고객·임직원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임추위는 최종 후보 4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최종 후보에는 내부 인사인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 외부 인사로는 임 전 위원장과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올라 있었다.

임추위의 이날 결정은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 인사를 통해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우리금융은 최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가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흐름 속에 결국 현직인 손태승 회장도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임추위의 의도와는 달리, 임 후보자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관치 금융’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손태승 회장의 용퇴 결정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던 만큼 임 후보자의 선임 과정에서도 그가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앞서 꾸준히 논란을 낳았던 정부의 금융사 경영진 인사 개입이 더 공공연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듣고 “과거에는 정부 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은 ‘스튜어드십(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은행을 언급하며 “은행은 민영화된 기업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며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한,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앞서 지난달 “임 전 위원장은 과거 정부 모피아(옛 재경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으로 우리은행 민영화 때 핵심 키워드가 ‘자율경영’임을 주장했고, 2001년 공적자금 투입 이후 우리은행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정부의 경영간섭’이라며 당시 우리은행장 인사권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던 것을 비판하던 사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특히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임 후보자는 앞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금융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 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에서 일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금융이 어려운 시기인데, 객관·중립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가 우리금융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앞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임 후보자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선임 절차를 마치면 다음달 26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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