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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허은아 지도부 출사표…팽당한 이준석, 전대 변수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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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ㆍ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 친이준석계 4명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져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관에서 열린 '보수주의의 길을묻다' 특별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관에서 열린 '보수주의의 길을묻다' 특별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표 선거에는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3일 “퇴행하는 국민의힘을 다시 앞으로 이끌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천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꾸려진 혁신위의 혁신위원을 지냈다. 천 위원장의 출사표엔 “충성경쟁과 윤심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 “주류ㆍ친윤ㆍ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이 정부ㆍ여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박살”, “간신배” 같은 표현이 가득했다.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고위원 선거에는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각각 수석대변인과 청년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춘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이 출마했다. 허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당권을 쥔 세력의 줄 세우기와 정치적 폭력에 숨이 막힌다”라고 말했고, 김 전 최고위원은 “권력을 위해 획일화된 사고를 강조하는 정당은 정당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5세 미만이 입후보하는 청년 최고위원 선거엔 이 전 대표와 새로운보수당(2020년) 생활을 같이 한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출마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 4명 뒤에는 이 전 대표의 지원이 있다. 이 전 대표는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요즘 책 출간 소식을 알리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요즘 수시로 모여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는 이달 중 전국 순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계는 천 위원장이 컷오프 통과(10일)하는 것을 1차 목표로 보고 있다. 컷오프로 4인 안에 든 뒤 그 기세로 일정 부분 지지율을 얻는다면 김기현ㆍ안철수 의원 양강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또 5명(일반 최고위원 4명+청년 최고위원 1명)을 뽑는 최고위원 자리엔 2명 이상을 보내 친윤계의 독주를 막는다는 게 목표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8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믿는 구석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많이 늘어난 당원 수와 당내 윤핵관에 대한 반감 기류다. 2년 전 전당대회 때 책임당원은 28만명이었지만 현재 책임당원은 약 8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준석 체제에서 50만명이 넘는 당원이 신규 유입된 것”이라며 “상당수는 이준석을 보고 온 당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 자릿수에 머물던 2030 비율이 현재 약 17%에 달한다는 점도 이 전 대표 측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숫자다.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사진은 성남시의원 시절.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 사진은 성남시의원 시절. 사진 페이스북 캡처

대표 선거의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반윤 주자 공간이 생겼다. 유 전 의원은 출마 뜻을 접기 전 7~8%의 지지율을 얻었다. 1인 2표를 행사하는 일반 최고위원 선거의 경우, 표 분산의 우려도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가 7~8명 정도 되는 친윤계 후보는 서로 표를 나눠 가져야 하지만, 이준석계 지지층은 딱 2명에만 화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엔 “미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가 2년 전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켜 당선하긴 했지만, 이후 당 주류인 친윤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 ‘성 상납 의혹’ 등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며 사실상 당에서 쫓겨난 신세이기 때문이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 위원장의 대표 선거 출마를 매우 환영한다”며 “투표를 해보니 2~3%밖에 안 나오면 (이 전 대표가)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윤계 이철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따라가는 분도 있겠지만, 그 반대가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에서도 “허은아 의원은 최소 1인을 보장받는 여성 몫으로 당선할 가능성이 있다”(초선)라거나 “유승민ㆍ나경원 표심이 이준석 쪽으로 모이면 곤란하다”(전직 의원)는 우려가 나온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친윤계 박성중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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