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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연민 “날 만든 건 무모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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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을 올리는 도전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어려운 곡을 올리는 도전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해 리스트 위트레흐트 콩쿠르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박연민(32)이 국내 연주회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마티네 음악회에서 리스트 ‘토텐탄츠’를 연주한 데 이어,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류명우 지휘 대구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3월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목포시향 창단 40주년 기념공연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을 협연한다.

지난달 19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박연민은 “상반기 일정이 꽉 찼다”며 “앞으로 목포와 호남 지역의 클래식 음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의 연주 세계에는 아담한 연못 같은 섬세함과 폭풍우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해일 같은 에너지가 공존한다.

“음악을 상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합니다. 악보를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스토리텔링을 구체화시켜요. 그런 아이디어를 모으고 피아노 앞에서 그걸 익히죠. 피아노 치지 않을 때 곡에 푹 빠지는 시간도 중요해요.”

밥 먹는 것도 잊고 연습에 열중할 때가 많지만 연습을 거듭해도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그럴 때 박연민은 그냥 놓아버린다. 조바심을 가지면 더 안 되니 음악을 듣거나 필라테스를 하거나 안 가봤던 곳들을 가보며 전환의 시간을 갖는다.

“다른 사람 같으면 포기할 어려운 도전들도 일단은 해봐요. 어려운 곡들,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을 처음 할 때도요. 무모한 도전이 저를 여기까지 밀어주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우주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습니다(웃음).”

취미로 고향 목포의 피아노 학원에 다니다 원장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 선화예중으로 유학을 간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연민은 초등학교까지 목포에서 경험했던 쑥꿀레(떡과 앙금, 조청을 버무린 음식)와 떡볶이·유달콩물·해산물 등이 지금도 생각나는 ‘목포의 맛’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중학생 때부터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반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아비람 라이케르트에게 배울 때까지 “평생 이렇게만 살 것 같았다”고 박연민은 얘기한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2014년 제40회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더 큰 도전을 꿈꾸게 됐다.

이후 하노버 국립음대 유학시절은 스승 베른트 괴츠케로부터 피아노의 본질, 연주의 본질을 배우며 음악가로 성숙하는 시간이었다. “독일 유학 이후 내는 소리 하나에서부터 음악을 이해하는 것까지 많은 점들이 바뀌었다”고 했다. 오는 3월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하면 교육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2월에는 KBS클래식FM의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진행하는 ‘KBS음악실’에서 ‘살롱 드 피아노’ 코너에 고정 출연하며 직접 연주와 해설을 선보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도전할 수 있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제가 정할 수 있어요. 새로운 걸 계속 경험하고 음악가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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