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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중산층, 그러나 '노력하면 계층 상향' 기대는 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국내 중산층 비중과 경제력이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유지·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음 세대가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계층 상향 가능성을 높이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31일 KDI 이영욱 연구위원은 이러한 내용의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KDI 포커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회경제적 '허리'인 중산층의 축소 우려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등 새로운 위협이 대두하면서 양극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산층은 안정적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산층의 기준은 다양하다. 중위소득 50~150% 인구를 기준으로 잡으면 중산층은 2011~2021년 전체 인구의 50~60% 선에서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중위소득 75~200%를 중산층으로 보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중산층 비율은 61.1%다. OECD 평균(61.5%)과 거의 비슷하다.

가처분소득 기준 소득계층별 인구 비중 추이. 자료 KDI

가처분소득 기준 소득계층별 인구 비중 추이. 자료 KDI

소득·소비 잣대를 들이대도 큰 차이는 없었다. 중산층 경제력을 보여주는 중위 60%의 소득점유율은 최근 10년간 50~60% 수준에서 소폭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생애 소득이 잘 반영되는 소비 측면에서도 중산층 비율은 크게 변화가 없거나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영욱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중산층 비중이 유지·증가하는 추이가 뚜렷하다. 이는 대·중소기업 등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정부의 이전지출(실업수당·보조금 등 대가 없는 현금성 지원)도 이전보다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민이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중·하' 중에서 중간에 속한다고 응답한 비율(통계청 사회조사)은 2013년 51.4%에서 2021년 58.8%로 올랐다. 주관적 인식과 통계 수치 간에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KDI 이영욱 연구위원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KDI 이영욱 연구위원이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본인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중산층 진입 등 계층 상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추세다. '노력하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19년 23%로 감소했다. 자녀 세대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율도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떨어졌다. 실제로 2010년대 들어 소득 이동성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불평등도 확대됐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 같은 정책 방향이 중산층의 생산성 향상, 향후 상향 이동에 대한 기대 증가로는 연결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땐 가구 내 취업자 수 증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가구주의 소득 증가가 함께 이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상향 이동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중산층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년·고령층이나 자녀를 키우는 여성 배우자의 취업 장애물을 해소하는 정책적 지원 등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특히 중요하다. 저소득 가구 내 추가적인 취업자 확보도 소득 상향 이동의 주요 통로"라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는 교육의 역할 재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함께 계층 대물림 통로가 아닌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되기 위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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