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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양 무릎에 얼음주머니… 돌아온 IBK 리베로 신연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페퍼저축은행전이 끝난 뒤 IBK기업은행 신연경. 양 무릎에 아이싱을 한 그는 절뚝대며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화성=김효경 기자

26일 페퍼저축은행전이 끝난 뒤 IBK기업은행 신연경. 양 무릎에 아이싱을 한 그는 절뚝대며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화성=김효경 기자

주장의 책임감이 그를 일으켜세웠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신연경(29)이 코트 위에 몸을 던지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IBK기업은행은 26일 화성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4라운드 여자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6, 25-19, 25-17)으로 페퍼저축은행을 이겼다. 승점 3점을 추가한 IBK기업은행(9승 15패)은 승점 28점째를 따냈다. 3위 도로공사(승점 35)와 격차를 좁히며 봄 배구 희망을 살린 채 4라운드를 마쳤다.

신연경의 투혼이 빛났다. 신연경은 이날 팀내 최다인 24개의 서브 리시브를 받고, 18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를 성공시켰다. 리시브 효율은 평소보다 떨어졌지만,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으면서 페퍼를 89분 만에 제압했다.

신연경은 "어떻게든 뛰려고 몸을 만들고 있다. 솔직히 빨리 복귀한 건 맞다. 팀 분위기나 상황도 그렇고, 내가 만약 도움이 된다면 조금 덜 몸이 올라오더라도 돌아오려 했다. 감독님도 허락해주셔서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신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리베로 신연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신연경은 새해 첫 날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 수비 도중 김하경과 부딪혀 무릎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복귀에 한 달 이상 걸릴 듯했다. 리베로 전향 3시즌 만에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신연경의 공백은 컸다. 수비와 서브 리시브의 중심인 신연경이 빠지자 기업은행의 수비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꿋꿋하게 코트로 돌아왔다. 하루 3~4번 보강 운동과 재활을 해 3주 만인 22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에선 팀이 패배했지만, 4일 뒤 페퍼저축은행전에선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승리에 기여했다.

쉽진 않았다. 신연경은 "사실 연습할 때 다리가 안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덜 움직여서 감독님한테 혼날 각오를 했는데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웃었다. 경기 막판엔 잠시 교체되어 휴식을 가지기도 했다. 신연경은 "갑자기 너무 안 좋아져서 사인을 보냈는데 쉴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신연경의 복귀를 반가워하면서도 걱정했다. 김 감독은 "초반에는 가지고 있는 경기력이 안 나오다 중반에 나아졌다. 그 정도면 정상적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본인은 정말 힘들어 한다. 다음 경기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쉬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신연경은 "(겹치는 상황이 나오면)조금 더 사인을 줘서 덜 부딪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부딪혔던 하경이가 '죄송하다'고 하긴 했는데, 그 말이나 상황을 꺼내게 되면 하경이도 계속 생각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연경은 고교 시절 뛰어난 아웃사이드 히터였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뒤에도 주로 수비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리베로로 변신해 다시 IBK로 돌아왔다. 처음엔 고전했지만,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리베로는 코트에서 빛나는 포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신연경은 안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는다. 김경록 기자

리베로는 코트에서 빛나는 포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신연경은 안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는다. 김경록 기자

신연경은 "올 시즌이 리베로 3년차다. 이번 시즌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비시즌 때 연습도 많이 했다. 안 좋게 다쳐서 '시즌 아웃이 되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 '기록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는데 아깝다'고도 생각했다"며 "한 달 판정을 받고 몸 만들어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V리그엔 두 명의 베테랑 리베로가 있다. 흥국생명 김해란과 도로공사 임명옥이다. 신연경도 이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기량을 갈고 닦았다. 신연경은 "처음엔 언니들을 보며 배웠다. 명옥 언니의 리시브와 해란 언니의 외국인선수 직선 공격 수비를 익혔다. 경력이 쌓이면 점점 채워갈 것이다. 베스트7 리베로상? 너무 잘 하셔서 거기까지 생각은 안 했다. 차츰차츰 한 단계씩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신연경의 목표는 무사히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그는 "매년 부상 없이 시즌 치르는 게 목표다. (올 시즌 다쳤지만)시즌 아웃이 안 됐기 때문에 괜찮지 않나 싶다. 지난 시즌보다 나은 기록도 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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