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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성추문 이어 '돈 건 윷놀이'까지?…해인사 의혹 또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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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중앙포토

해인사. 중앙포토

천년 고찰이자 국보 팔만대장경을 소장한 경남 합천 해인사가 승려들의 잇따른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승려로 구성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고 원로인 방장 원각 스님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성추문’ 의혹 휩싸이자 사라진 주지 스님

경남 합천 해인총림 해인사의 주지 현응스님. 연합뉴스

경남 합천 해인총림 해인사의 주지 현응스님. 연합뉴스

25일 해인사 등에 따르면 내홍은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관련 성 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현응스님이 모 비구니 스님과 속복(사복) 착용으로 여법(如法ㆍ부처님 가르침다움)하지 못한 장소에서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현응스님은 해인사 최고 어른인 방장 원각스님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현응스님의 당초 주지 임기가 오는 8월까지였다.

이는 비대위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인사는 지난 16일 의결기구인 임회(林會)를 통해 현응스님에 대한 산문출송(山門黜送) 징계를 결의했다. 산문출송은 승려가 살인이나 음행 같은 중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절에서 쫓아내는 승가의 전통 체벌 방식을 말한다. 정식 징계는 아니다. 조계종 총무원은 아직 현응스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주지 지명 과정서 ‘물리적 충돌’ 빚어져

'제62회 해인사 고려 팔만대장경의 날(정대불사)'을 기념해 지난해 4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옮기는 이운 행렬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제62회 해인사 고려 팔만대장경의 날(정대불사)'을 기념해 지난해 4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옮기는 이운 행렬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이후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은 후임 주지로 원타스님을 지명하고 지난 3일 조계종 총무원에 추천했다. ‘총림’인 해인사는 총림법에 따라 운영된다. 총림법상 주지는 최고 어른인 방장이 지명하고, 조계종 총무원이 임명한다. 하지만 총무원은 서류 미비와 해인사 의결기구인 임회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했다고 한다.

해인사는 지난 16일 임회를 열어 원타스님을 후임 주지로 지명, 다시 총무원에 추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임회를 앞둔 해인사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비대위 측이 현응 계파로 알려진 원타스님 후임 주지 지명을 반대하는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 이를 막는 해인사 40대 종무원 1명이 다쳤다.

해외원정 골프·돈 건 윷놀이까지…

지난해 12월 '동안거' 기간에 태국으로 원정 골프를 간 경남 합천 해인사 승려들. 사진 JTBC 화면 캡처

지난해 12월 '동안거' 기간에 태국으로 원정 골프를 간 경남 합천 해인사 승려들. 사진 JTBC 화면 캡처

주지 스님에 이어 해인사 소속 고위직 승려에 대한 의혹도 이런저런 불거졌다. 최근에는 해인사의 전직 주지 A스님과 방장 수행비서 B스님이 지난해 12월 바깥출입을 삼가야 하는 겨울 수행 기간(동안거) 태국 치앙마이에서 원정 골프를 치러 간 게 드러났다. 이어 25일에는 해인사에서 지난 21일 승려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거액의 돈을 상금으로 놓고, 윷놀이 게임을 진행했다고 비대위 측이 주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취임 후 문제 많은 이들을 주지로 지명한 현 방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현 방장이 범계(犯戒ㆍ계율을 어김)자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 “방장 최측근 해인사 장악” vs 해인사 “비대위 자기 이익 도모”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에서 차량에 설치한 방장스님 사퇴 촉구 플래카드. 사진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에서 차량에 설치한 방장스님 사퇴 촉구 플래카드. 사진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 측은 해인사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가 8년 전, 현 방장이 추대될 때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2015년 현응스님을 포함해 의혹 당사자인 최측근 스님들이 원각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했고, 이후 현응스님 측이 해인사 요직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해인사 측은 지난 14일 의견문을 통해 “비대위는 이익을 위한 사적 모임일 뿐”이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스님을 해인사 주지로 만들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고 관철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장 원각스님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절차적으로 시일이 걸리고 있을 뿐이지, 누구를 비호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8일 의견문을 통해 “현응 스님에 대해 호법부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며 “조사 과정을 통해 계율을 어기는 사항이 확인되면 종단 내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법부 조사와 별개로 중앙징계위를 소집해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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