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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일꾼이 박석 들어내…세계 최대 고인돌, 이렇게 훼손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경남 김해시가 진행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ㆍ경남도 기념물 제280호)’ 정비공사는 허가 기간이 아닌데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석해체 작업 등에 문화재 기술자가 아닌 일반 인부를 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남도 허가 없이도 ‘고인돌 정비공사 강행’ 

지난해 8월 경남 김해시가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정비공사 과정에서 매장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 공사가 중단된 현장 모습. 사진 문화재청

지난해 8월 경남 김해시가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정비공사 과정에서 매장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 공사가 중단된 현장 모습. 사진 문화재청

경남도 감사위는 20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김해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관련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해시는 2021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경남도 현상변경 허가 없이 지석묘 정비공사를 했다.

김해시는 앞서 2020년 6월 25일 경남도로부터 받았던 현상변경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2021년 6월 30일자로 허가 기간이 끝났다. 이 때문에 다시 허가받아서 정비공사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해시는 같은 해 11월 7일 재허가를 받기 전, 이미 정비공사를 진행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구산동 지석묘와 같은 지정문화재를 허가받지 않고 현상을 변경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도 감사에서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정비공사를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불과 2주 만에 박석 대부분 들어내

묘역 내 박석(바닥돌) 해체 전(2021년 9월)과 후(2022년 8월)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모습. 경남도 감사위원회가 김해시, 경남도 제출자료로 재구성한 자료다. 사진 경남도 감사위원회 감사보고서 캡처

묘역 내 박석(바닥돌) 해체 전(2021년 9월)과 후(2022년 8월)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모습. 경남도 감사위원회가 김해시, 경남도 제출자료로 재구성한 자료다. 사진 경남도 감사위원회 감사보고서 캡처

김해시는 경남도 현상변경 무허가 기간에 지석묘 묘역을 표시하는 박석(바닥돌) 해체 작업을 했다. 2021년 10월 2일부터 15일까지 300㎡ 면적에 분포한 기존 박석을 해체했다. 해체한 박석도 허가된 분량(10~30%보다 훨씬 많았다고 감사위는 전했다.

이와 함께 현상변경 허가가 없었던 기간에 포클레인을 동원한 흙깍기ㆍ기초 터파기ㆍ석축부 잡석다짐 등 작업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문화재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 지역인 구산동 지석묘 묘역 내 땅을 중장비로 일부 갈아엎었다는 얘기다. 매장문화재법 위반 관련해서는 지난해 8월 문화재청이 김해시장을 고발, 경찰이 수사 중이다.

문화재수리기술자 아닌 ‘보통 인부’가 박석 해체

경남도의 현상변경 무허가 기간인 2021년 10월 김해시가 정비공사를 단행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모습. 묘역 내 포클레인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경남도 감사위원회가 시공사 작업일지를 재구성한 자료다. 사진 경남도 감사위원회 감사보고서 캡처

경남도의 현상변경 무허가 기간인 2021년 10월 김해시가 정비공사를 단행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모습. 묘역 내 포클레인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경남도 감사위원회가 시공사 작업일지를 재구성한 자료다. 사진 경남도 감사위원회 감사보고서 캡처

게다가 김해시로부터 지석묘 정비사업 발주를 받은 시공사(문화재 수리업자)가 2021년 10월 2~15일 사이 박석을 해체하면서, 문화재 수리 관련 아무런 자격증이 없는 단순노무(보통 인부) 인력만 투입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당초 정비사업 설계에는 박석 해체 등에 문화재수리기술자를 투입하는 것으로 노무비가 산정돼 있었다.

공사 안 끝났는데 대금부터 지급

지난해 8월 훼손 논란이 일어난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훼손 논란이 일어난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모습. 연합뉴스

김해시는 정비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준공 처리해 공사 대금 8억5000만원을 시공사에 지급했다. 또 감리업체가 시공이 부적절하다는 보고서나 준공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 감리비 2247만원 전액을 지급했다.

경남도 감사위는 "경남도 역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도 지정문화재를 매년 정기적으로 허가 사항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해시·경남도 공무원 11명, 중징계 등 조치 요구

2017년(왼쪽)과 지난해 4월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비교. 2017년에는 기존 박석(바닥돌)이 제자리에 있는 반면 지난해 4월에는 모두 해체된 상태다. 연합뉴스

2017년(왼쪽)과 지난해 4월 경남 김해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현장 비교. 2017년에는 기존 박석(바닥돌)이 제자리에 있는 반면 지난해 4월에는 모두 해체된 상태다. 연합뉴스

도 감사위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김해시·경남도 소속 공무원 11명 가운데 중징계 2명, 경징계 4명, 훈계 3명, 주의 2명 등 조치를 요청했다.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시작한 택지지구개발사업 과정에서 발굴됐다. 학계에서는 고인돌 상석 무게가 350t,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약 160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평가됐다. 당시 김해시는 지석묘 규모가 큰 데다 당시 발굴 기술과 예산 확보에 따른 어려움 등을 이유로 흙을 채워 보존해왔다. 그러다 16억여원을 예산을 확보, 2020년 12월부터 구산동 지석묘 정비공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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