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노예 해결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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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국제어린이평화상을 수상한 인도 소년 옴 프라카시 구르자르가 1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어린이권리재단 홈페이지]

어린이 노동 착취 반대운동을 벌여 온 인도 소년 옴 프라카시 구르자르(14)가 올해의 '국제 어린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BBC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라자스탄주 출신인 옴은 다섯 살이던 1997년 한 농장에 끌려가 3년간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구출된 뒤 '어린이 노예'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국제 어린이 평화상은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어린이권리재단(KidsRights)'이 지난해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모임과 연계해 만든 상으로 수상자에겐 10만 달러(약 94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옴은 수상이 확정된 뒤 소감을 묻자 "어른들이 어린이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옴은 농장에서 쟁기질, 소떼 돌보기, 농약 뿌리기 등의 강제노동을 경험했다. 걸핏하면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았고 밥은 하루 두 끼, 그것도 쥐꼬리만큼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급료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구출된 뒤 어린이 지원센터로 보내진 그는 가족과 재회했지만 함께 살 순 없었다. 그의 부모는 10명의 형제.자매를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허리가 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센터에서 살게 된 옴은 "학교에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농장 생활 동안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였다. 인근 공립 초등학교에 들어가 2004년 학생회장이 됐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것은 관행처럼 돼 있던 비공식 수업료 폐지였다. 인도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없지만 학교 측은 가난한 부모들을 상대로 버젓이 돈을 걷었다. 옴은 지역 법원에 탄원서를 냈고 법원은 "학교는 걷은 돈을 모두 돌려줘라"고 판결했다. 그는 어린이 노동을 금지하는 '어린이 친화 마을' 만들기에도 앞장섰다. 이를 위해 여러 마을의 어른들을 만나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출생증명서가 없어 교육.의료보호 등 정당한 권리 행사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500여 명의 증명서를 발급받아 주기도 했다.

옴의 가장 큰 무기는 발이었다. 지난해 9월 인도 델리에서 어린이 노동.교육 문제를 다루는 '제2차 세계 어린이의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국 어린이들의 열악한 사정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로 꼬박 36시간을 달려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선하 기자

◆ 국제 어린이 평화상 = 2005년 어린이권리재단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중심이 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모임과 함께 만든 상이다. 매년 아동 권익 보호에 앞장선 어린이 한 명을 뽑아 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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