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오브라도르 멕시코 '저항정부' 세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7월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패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3.사진)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 멕시코의 '합법적인 대통령'을 자처하며 20일 '저항정부(opposite government)'를 출범시켰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중도좌파의 민주혁명당(PRD) 후보였던 오브라도르는 7월 대선에서 친미 우파 노선의 국민행동당(PAN)의 펠리페 칼데론(44)에게 0.56%포인트의 표차로 패한 뒤 불복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대규모 집회를 주도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오브라도르는 1910년 멕시코 혁명 기념일인 20일에 때맞춰 저항정부를 출범시켰으며 칼데론 정부를 상대로 계속 싸워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오브라도르는 칼데론의 취임식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칼데론의 재임 기간 내내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멕시코시티에 근거지를 둔 저항정부는 세금을 징수하지 않고 입법 활동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오브라도르는 저항정부 운영 기금 모금을 호소하며 은행 계좌까지 개설했다.

그러나 FT는 20일 오브라도르의 저항정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오브라도르 측은 이 투쟁을 부정선거에 대한 항거이자 시민저항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PRD이 오브라도르 지지세력과 비지지세력으로 분열돼 있는 데다 멕시코 국민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칼데론의 취임을 방해하는 오브라도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최근 멕시코의 조사전문기관 GCE가 조사한 결과 69%가 취임 반대운동을 벌이는 오브라도르에게 반대했으며, 15%만이 PRD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