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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뭐라도 바꿔 보자는 정치 개혁 목소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2호 30면

윤 대통령 중대선거구 제안에 여야 중진 호응

김진표 의장, 이재명 대표는 “개헌 필요” 언급

정치적 계산 대신 합의 가능 부분부터 찾아야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에서 정치 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현행 국회의원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고 제안하자 국회에서 호응이 나왔다. 지역구 별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진영 양극화를 부추기고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으면 지역주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여야 중진 의원들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꾸려 선거구제 개편 관련 최대공약수를 찾아보기로 했다는 소식은 모처럼 희망을 품게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팔을 걷어붙였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진영·팬덤 정치로는 더는 희망이 없는 만큼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정치 관계법부터 정비하자”며 오는 3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끝내자고 요청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복수의 개정안을 만들면 전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자고 했다. 이에 더해 그는 개헌 논의를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도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행정부에 집중된 권한 분산 등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해 개헌하자고 나섰다. 민주당 자체 개헌안을 3월께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조치로 꼽았다.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의 구체 방안에 대해선 여야나 정치인별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정치 개혁 방안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대선이 극심한 진영 대립 속에 접전으로 끝난 이후 한국 정치는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소야대 구도에서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12대 핵심 국정과제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3개뿐이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취임 8개월이 넘도록 대통령과 제1야당 지도부가 만난 적이 없고,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는 상대를 깎아내리기에 바쁘다.

협치 주문조차 무색해진 여야 대립만 심각한 게 아니다. 정당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요란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의 거취를 놓고 분란을 보이더니 최근엔 새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윤심’ 충성 경쟁으로 혼란스럽다. 민주당에선 대선에서 진 이 대표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당 대표 경선에 나서 ‘방탄 논란’을 낳더니 이젠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로 빨려들고 있다. 당 주류에 대한 반론이나 다양한 견해가 설 자리를 잃은 거대 정당들의 어두운 그늘에 폐쇄적 공천권 행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 대표의 개헌 제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개헌 블랙홀’을 끌어들여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려는 포석일 뿐”이라고 반응했다. 과거에도 정권 초에는 여권이 개헌에 소극적이고, 정권 말엔 대선주자들이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대립과 독점의 정치로는 국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각론에는 생각이 다를 수 있을 테니 정치 개혁 방안을 서둘러 테이블에 올려놓고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어차피 지난 21대 총선 때 거대 양당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제도를 손봐야 하는 만큼 선거법 개정부터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권력구조 개편은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개헌 논의에 정치적 계산이 개입해선 안 되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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