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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폭우 그때…"김어준 '능력 없다'며 재난방송 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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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해 8월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해 8월8일 밤 서울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던 지난해 8월 TBS(교통방송) 재난방송 기능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서울시 감사위원회(감사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5분 이상 늦은 재난방송 수두룩 

11일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감사위로부터 받은 조사결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TBS는 지난해 8월 8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난방송 요청 40건 중 절반가량인 23건을 5분 이상 늦게 송출했다. 방통위 고시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 실시에 관한 기준’을 보면, 방송 사업자는 방통위 등으로부터 재난방송을 요청받은 즉시 관련방송을 송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지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KBS·MBC·SBS·EBS는 5분 이상 늦게 재난방송을 송출한 사실이 아예 없었고, 종합편성채널 4곳(JTBC·TV조선·채널A·MBN)은 지연 송출 건수가 각각 8~17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TBS가 2020년 2월 17일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한 이후 방통위 등에서 요청받은 재난방송 등이 매년 지연 처리되고 있었단 게 감사위 측 판단이다. 2020년엔 995건의 요청 중 718건(75%)이, 2021년엔 665건 중 545건(81%), 지난해는 8월까지 426건 요청 중 314건(73%)이 각각 지연 송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위는 또 TBS가 자체 재난방송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8월 8일 오전 호우 피해가 발생해 서울시 재난대책본부가 꾸려졌음에도 취재 기자를 본부에 배치하지 않은 점, 호우 경보가 발령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재난 방송을 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아울러 취재기자→팀장→본부장→대표이사 순으로 이뤄지는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됐다.

호우특집 방송 대신 정규방송 
매뉴얼 내용과는 달리 재난 단계에 맞춘 방송도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단 게 감사위 조사 내용이다. 예를 들어 호우 등 재난 단계가 2단계이면 TBS 계획상에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재난 단계 3단계 수준으로 방송을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호우 당시엔 매뉴얼과는 달리 TBS 재난방송 수준은 단계가 오히려 하향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TBS는 서울시가 재난 3단계를 발령한 10일 오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가량 호우 특집 방송을 진행하지 않고, 정규방송을 송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을 진행 중인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 TBS 유튜브 캡쳐]

지난달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을 진행 중인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 TBS 유튜브 캡쳐]

김어준, 재난 방송 안 한 이유…“능력 없어서”

TBS는 지난해 8월 10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프로그램을 송출했다. 이 시간 내부순환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서울 주요 도로 구간 14곳이 통제되고 있었지만, 뉴스공장에선 실시간 안내 방송을 하지 않았다. 뉴스공장이 끝난 오전 9시17분쯤에서야 통제 구간 안내 방송이 나왔다는 게 감사위 판단이다. 재난 관련 청취자 제보나 문의 등 7건도 언급이 없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TBS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빚어진 이유에 대해 “김어준씨가 재난 방송을 직접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20년 8월 집중 호우, 2021년 1월 폭설 때에도 김어준씨는 재난 방송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도권 거주 외국인을 위한 TBS eFM(영어)은 서울시 재난 2~3단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난해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재난방송을 하지 않았거나 미흡하게 송출했다고 한다.

감사위는 TBS 재난방송 매뉴얼도 ‘총체적 부실’이었다고 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은 방송 사업자가 재난 상황과 대피·구조·복구 등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한다. TBS 매뉴얼엔 보고 체계나 비상연락망 등이 업데이트돼 있지 않았고, 임직원에게 관련 교육도 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위 설명이다. 이 의원은 “KBS는 재난방송 매뉴얼이 151쪽이지만 TBS는 43쪽 분량으로 재난방송 단계 결정 기준이나 인력·장비 동원 등 내용이 불명확했다”고 주장했다.

이강택 당시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호우 기간 휴가 중이었고, 출근 이후엔 담당자로부터 구두 약식보고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강택 당시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 그만뒀고, 김어준씨도 지난달 30일 물러났다.

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TBS 재난방송 부실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TBS 재난방송 부실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배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설명한 뒤 “재난 방송은 신속함이 생명인데, TBS는 시민이 피해를 본 다음에야 상황을 알렸다”며 “국민 생명이 달린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부를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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