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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적대적 양당정치가 만든 비토크라시…소선거구제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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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8개월을 맞았지만 민생 법안은 쌓여만 가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8일 새해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 110개 중 95개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며 “야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을 정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69석의 거대 야당은 사사건건 윤 정부의 발목을 잡고, 소수 여당 역시 국회 법사위를 활용하거나 대통령 거부권 시사로 야당 법안 비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금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상대 정당의 정책은 무조건 부정하고 반대만 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민주주의)’ 상황”이라며 “1등이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는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반대편을 악마화하려는 요소가 잠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는 국회에서 멈춰섰다. 정부가 이달 25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부모급여 도입(0세 아동 부모에게 월 70만원, 1세 아동 부모에게 월 35만원 부모급여)은 근거법인 아동수당법 개정안(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회부만 됐을 뿐 아직 제안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더 조이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은 기획재정위에 계류돼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민생 법안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례는 추가연장근로제(근로기준법 개정안)다.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당시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는 추가 8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었는데, 지난해 말 연장 여부를 놓고 여야가 충돌한 탓에 처리되지 못했다.

피해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A마트는 임직원이 28명이다. 지난해까지 주 60시간을 근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 말 주 52시간에 맞춘 새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들기에 직원 불만도 크다. 사업주는 통화에서 “임금을 줄이면 직원 다수가 퇴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당이 법안 처리에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꼽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 가운데 납품단가연동제(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현재로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연장을 바라는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도 공수가 뒤바뀐 상황이다. 민주당이 3년 연장 법안을 국토교통위에서 단독 처리했지만 여당이 위원장인 법사위에 잡혀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부가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며 무조건 연장엔 반대해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런 구한말식 대결 정치가 반복되면 나라가 결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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