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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57)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한 날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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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한 날에
임의직 (생몰연대 미상)

백설이 분분한 날에 천지(天地)가 다 희거다
우의(羽衣)를 떨쳐 입고 구당(丘堂)에 올라가니
어즈버 천산백옥경(天山白玉京)을 미처 본가 하노라
-가곡원류(歌曲源流) 국악원본(國樂院本)

새해는 우리도 신선(神仙)처럼

흰 눈이 어지러이 날리니 온 세상이 다 희다. 신선이 입는다는 새의 깃으로 만든 옷처럼 차려입고 언덕 위에 오르니 아, 하늘의 궁전을 이미 본 듯하구나.

겨울을 즐기는 법이 여기에 있다.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으니 계절이 주는 축복이다, 눈이 내리는 모습만으로도 우리를 동심에 젖게 한다. 세상의 더러움을 모두 감춰 주니 마치 천상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 듯하다. 이런 날에는 내가 신선이 된듯한 상념에 젖는 호사를 누려봄이 어떠한가.

임의직(任義直)은 자(字)가 백형(伯亨). 조선 후기의 가객(歌客)이다. 노래로 이름이 났고 거문고에도 뛰어났다.

새해는 흰 눈처럼 깨끗하게 맞을 일이다. 세상일이 어지럽다 할지라도, 나를 감싼 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새해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맞을 일이다. 평화는 인류가 꿈꾸는 이상의 세계다.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 세상이 비로소 평화롭게 보인다. 또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 빈 마음을 착하고 고운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 새해는 그렇게 살아보도록 애써야 한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