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경숙 표절을 창비가 옹호’ 장강명 산문에, 창비 “수정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장강명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씨의 산문집을 내려던 창비 출판사가 창비에 비판적인 산문 내용을 문제 삼아 수정을 요청했으나 장씨가 거부했고, 결국 장씨는 창비에서 산문집을 내지 않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장씨의 산문집은 이런 와중에 창비를 퇴사한 담당 편집자가 독립해 차린 유유히출판에서 다음달 출간될 예정이다. 장씨는 지난 2일 공개된 팟빵의 출판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에 출연해 산문집 출판이 예정보다 늦어진 이같은 사연을 소상히 밝혔다.

장씨 전화 통화와 팟캐스트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창비 자회사 미디어창비에서 산문집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출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판사가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것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는 문장을 문제 삼았다. 이 문장은 2021년 6월 웹진 채널예스에 실린 장씨 칼럼 ‘출판 계약을 해지하며’의 일부분이다. 한국작가회의 같은 작가 단체는 인정에 휘둘리게 돼 있다며, 2015년 신경숙 작가 표절 사건이 불거졌을 때 창비가 석연치 않게 대응했으나 작가회의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장씨가 비판하는 대목이다.

미디어창비 편집부는 구체적으로 장씨의 문장 가운데 “궤변으로” 표현을 “나름의 논리로”로 바꾸고, “신경숙 표절에 대해 창비와 나의 입장은 다르다”는 문장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장씨가 거부하자 창비가 “원문을 그대로 출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얼마 후 장씨는 창비의 담당 편집자를 통해 창비가 장씨 산문집을 홍보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책을 만들었으면 팔아야 하는 출판사가, 출판은 하되 출판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이상한 상황이 성립하는 것이다. 장씨는 결국 지난해 10월 창비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창비는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창비는 내용 수정을 요청한 것은 맞지만 작가가 거절해 원문을 수정 없이 그대로 싣기로 했고 홍보 계획도 정상적으로 짰다는 입장이다. 창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정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편집 작업의 일환”이라며 “수정하지 않겠다는 작가 입장을 받아들여 원문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보 배제’ 논란에 대해서는 “여러 홍보 채널을 검토하던 중 특정 채널에서의 노출은 줄이고 다른 채널을 강화하자는 식의 논의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