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기회가 온다” AmazeVR이 VR 콘서트 시장에 뛰어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ditor's Note

지난 4월, 미국 15개 도시의 AMC(멀티플렉스 체인) 상영관에서 유명 힙한 뮤지션 ‘메간 디 스탈리온’의 VR 콘서트가 열렸어요. VR로 아티스트의 공연 4곡을 보는 티켓을 20~25달러에 판매했는데, 대부분 매진됐습니다.

이 행사는 누가 열었을까요? VR 콘서트 콘텐트를 제작·유통하는 스타트업 AmazeVR입니다. 이승준 공동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으로 카카오에서 전략을 담당하다 VR 콘텐트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그는 “2023년 애플이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출시하면 관련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죠. 미국에서 창업해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이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콘텐트 비즈니스 설계자들 2022’ 20-21화 중 일부입니다.

인터뷰 중인 AmazeVR 이승준 대표 [사진 최지훈]

인터뷰 중인 AmazeVR 이승준 대표 [사진 최지훈]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글로벌 사업을 해보겠다”

카카오 초기 멤버들이 함께 창업했다고요.

2010년부터 저는 컨설팅 회사 ‘커니’, ‘베인앤컴퍼니’에 다니고 있었어요. 창업에 관심이 있어서 주말마다 뜻 맞는 친구들과 서비스 만들어보곤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창업 자금도 없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가서 일을 먼저 배우자고 생각했죠.

그러다 2012년 카카오에 입사했습니다. 운 좋게 김범수 의장의 직속인 전략팀장으로 들어가서 AmazeVR 창업 멤버들도 만났어요. 재밌는 건 제가 카카오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베인앤컴퍼니 선배들은 대부분 말렸어요. 메신저 서비스로 어떻게 돈을 버냐고요. 당시엔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죠. 저는 이 경험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면서 상장을 하게 됐는데,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더 진출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2011년~2013년 당시 카카오는 글로벌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았거든요.

그래서 다음 패러다임이 바뀔 때는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뿐 아니라 공동창업자인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 남대련 CTO, 구경렬 개발 총괄까지 카카오 출신 창업 멤버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2015년 AmazeVR을 미국에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왜 VR 콘텐트 시장이었나요?

모바일 이후의 패러다임이 뭘까 고민했는데요. 스마트폰 다음에 어떤 혁신적인 기기가 나온다면 그건 글라스(안경)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TV나 모니터를 대체하는 ‘나만의 디스플레이’ 시장이 크게 열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개인화된 디스플레이 기기로 ‘공간을 플레이하는 경험’이 ‘유통’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경험의 유통”이라는 맥락은 창업 후 저희가 8년째 갖고 있는 화두예요. ‘AmazeVR은 어떤 경험을 유통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시행착오를 거쳐온 끝에 지금의 VR 콘서트 비즈니스 모델(이하 ‘BM’)에 다다른 거죠.

8년간의 피봇팅 끝에 VR 콘서트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AmazeVR [사진 AmvazeVR]

8년간의 피봇팅 끝에 VR 콘서트 콘텐트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AmazeVR [사진 AmvazeVR]

VR 콘서트는 누가, 왜 소비하나  

피봇팅 히스토리가 궁금합니다.

VR로 유통할 수 있는 경험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CG로 만들 수도 있는데, 저희는 실제 카메라로 찍은, 실사 콘텐트 유통에 더 관심이 많은 회사거든요. 하지만 창업 3년째인 2017년까지도 VR 콘텐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어요. 유저 베이스가 여전히 작았던 거죠.

여기서 저희가 주목한 건, 헤드셋을 구매한 사용자들이에요. 어쨌든 기기에 이미 400~500달러를 지불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콘텐트, 좋은 경험에 추가로 돈을 쓸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졌죠.  

그래서 프리미엄 VR 영상 플랫폼을 만들었고, 이 앱이 글로벌 1위를 합니다. 덕분에 2019년에 시리즈 A 투자를 받았고요. 또, 해외 파트너사들에게 저희가 만든 카메라와 프로세싱 기술을 제공하면서 VR 인터렉티브 영화 제작에 사용되기도 했어요. 이렇게 유료로 구매하는 다양한 타입의 VR 경험을 유통하는 회사로 성장했죠.

그런데 왜 콘서트 영상으로 사업 분야를 좁혔나요?

콘서트 콘텐트가 가장 ROI가 좋았어요. 영화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요. 콘텐트는 러닝타임이 길수록 제작비가 올라가죠. 그리고 유명한 IP 콘텐트를 VR로 만들어야 판매가 보장되는데, 영화배우는 몇 달의 시간을 들여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큰 거죠.

그에 반해 콘서트는 10분, 2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에도 임팩트를 줄 수 있어요. 구매 의사가 높은 팬들이 있는 시장이고, 아티스트가 쓰는 시간도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적죠. 그래서 2019년 말부터 사업 영역을 콘서트로 집중한 겁니다.

저희가 갖고 있던 기술을 콘서트에 맞게 고도화시켰어요. 카메라도 뮤지션의 퍼포먼스를 담기 위해 고화질로 촬영하고, 인터랙티브하고 소셜한 기능도 더했죠. 그래서 이 무렵부터 게임을 개발했던 엔지니어들을 팀에 모셨어요. 그렇게 첫 번째 VR 콘서트 상품이 나온 거예요. 정말 긴 여정이었습니다.

VR 콘서트는 고객의 어떤 니즈를 충족시키나요?

라이브 콘서트에 가본 적 있으세요? 콘서트는 아티스트를 실제로 보는 경험은 아니에요.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10만원 이상의 돈을 내고 가지만 1열이 아닌 이상, 아티스트는 멀리 조그맣게 보이고, 무대 위 스크린을 보는 건데요. 스크린마저 멀리 있기 때문에 작게 보일 때가 많아요. 그럼 우리가 경험하는 건, 한 공간에서 수많은 관객과 함께 라이브 음성을 듣는 거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VR 콘서트는 원거리에 있는 아티스트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경험에서 차별화됩니다. 결국 팬들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인 아티스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거예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초고화질로 촬영한 VR 영상에 CG 특수효과를 더해서,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만든 콘텐트니까요. 음악 팬덤 비즈니스 시장에 새로운 상품이 나온 거죠.

팬도 아티스트도 더 저렴하게, 더 가까이  

코로나 특수도 있었나요?

코로나 기간 헤드셋이 많이 팔린 건 사실이에요. 2020년 10월 메타에서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가 성공하면서 활성 사용자가 2000만 명 정도 되는 지금의 130조 시장으로 큰 거예요.

하지만 이제 포스트 코로나에 접어들었고요. 팬이 아닌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콘서트를 연다는 건 굉장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예요. 기름값을 포함해 모든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미국에서 콘서트를 한 번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스태프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조명이나 기기를 설치하는 제작비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죠.

그런데 제작비가 늘어난 것에 비해, 경기 침체로 팬들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었어요. 이런 시기에 VR 콘서트는 더 저렴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트여서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기대해요.

VR 콘서트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뮤직비디오 촬영과 비슷해요. 1~2일 정도 촬영하는데요. 저희가 가진 카메라 기술이 특별해요. 고화질로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직접 만들었거든요. 또 촬영한 영상을 프로세싱하는 기술도 같이 갖고 있고, AI 기술을 많이 활용해요. 캡처된 영상은 초현실적인 CG 공간과 효과가 합쳐지는데, 쉽게 생각하면 마블 영화와 같은 것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때, 일반적인 영화 제작의 파이프라인(작업공정)을 활용한다면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듭니다. 그래서 ‘언리얼 엔진’이라는 게임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요. 이를 통해서 남들보다 빠르고 퀄리티 있는 VR 경험 제작이 가능해진 거죠. 저희가 VR 콘텐트 시장에서 8년간 버틸 수 있었던 실질적인 비결은 ‘기술력’입니다.

영화관에 모여 아티스트의 VR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팬들의 모습 [사진 AmazeVR]

영화관에 모여 아티스트의 VR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팬들의 모습 [사진 AmazeVR]

함께 작업한 대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미국의 힙합 뮤지션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입니다. 오늘(2022년 11월 28일) 스포티파이 기준으로 보면 이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 수가 BTS와 블랙핑크 사이예요. 미국 여자 힙합 뮤지션으로는 최고 수준이죠.

이 아티스트의 IP를 확보해서 올해 4월부터 5개월간 VR 콘서트 영상을 미국 15개 도시의 AMC(국내 CGV와 유사한 멀티플렉스 체인) 상영관에서 틀었어요. 아직 VR 영화관이 없어서 저희 팀이 직접 헤드셋을 들고 가서 설치했어요. 4개의 곡을 20~25달러에 판매했는데, 대부분 매진됐어요. 팬분들이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아티스트를 본다는 것에 너무 신나했죠. 콘서트에 가지 않고도 옆자리 다른 팬들과 함께 관람하며 콘서트와 똑같은 분위기도 즐길 수 있고요. 이전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인 겁니다.

저희로서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유료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내년 5월경 다수의 VR 콘서트가 유통되는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헤드셋을 가진 모든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요.

앱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설계하나요?  

만들고 싶은 플랫폼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같은 느낌인데요. VR 기기를 구매한 후, 내 아바타로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봐요. 그런데 주위에 그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BTS 팬이라면 저희 플랫폼에 접속하면 언제나 다른 BTS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거죠. 한쪽에서는 과거 BTS 공연이 열리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 메간 디 스탈리온의 공연도 있고, SM타운아티스트의 공연도 볼 수 있는 거죠.(mazeVR은 2022년 7월 SM과 조인트 벤처를 체결했다) 그런데 영상처럼 보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별로 스타디움이 있어서 함께 관람하는 서비스가 되는 거예요.

그럼 AmazeVR의 비즈니스 파트너는 크리에이터와 영화관, 그리고 플랫폼을 사용할 B2C 고객인가요?  

영화관은 VR 헤드셋을 구매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경험을 시켜주기 위한 공간이에요. 사실 가장 큰 파트너는 VR 헤드셋 회사들이죠.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외에도 내년에 애플이 MR(혼합현실) 헤드셋을 출시하면 시장이 훨씬 커질 거라 예상해요. 2021년 8월에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가 VR헤드셋 제조업체인 피코(PICO)를 인수한 것을 봐도 곧 글로벌 시장이 커질 것이란 것이라는 조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헤드셋 개발사들이 VR 헤드셋을 팔려면 거기에 의미 있는 콘텐트들이 필요할 텐데, 저희는 이들에게 콘텐트를 공급하는 거죠.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 같은 앱스토어들이 VR 생태계에도 있어요. AmazeVR은 그곳에서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처럼 VR 콘서트 콘텐트를 유통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

VR 시장의 겨울, 8년간 버틴 비결  

VR 업계에서 이렇게 장기간 살아남은 회사가 별로 없잖아요. 원동력이 뭘까요?

글로벌하게 자체 기술 기반으로 VR 실사 영상 쪽에서 살아남은 회사가 몇 안 돼요. 그중 하나가 저희예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팀의 코어 멤버들이 비전에 대한 공감이 계속된다면,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충분히 사업적으로 역량이 있는 팀이라는 전제하에서요.

초기 창업 멤버들이 8년 후인 지금까지 이탈하지 않고 함께 하고 있어요. 이건 사실 쉽지 않죠. 창업 당시의 “경험을 유통한다”는 비전에 아직 저희 팀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여태껏 버텨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문제를 풀어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에너지를 지켜 온 거고요. 또, 다들 이전에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업앤다운에도 팀이 깨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초기 창업자금을 투자받지 않았어요. 외부의 큰 투자 없이, 자기자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더 아껴 쓰면서 살아남았고요. 경기 침체보다 힘든 VR 시장의 겨울을 5년간 버티면서 어떻게 시장과 호흡해야 살아남는지 터득했어요. 지금은 회사 역사상 가장 돈도 많고, 팀 규모도 큰 좋은 상황이에요. (웃음)

마지막으로 저희 전체 팀 평균 연령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요. 체력은 조금 딸리기 시작했지만(웃음), 대신 나이가 있다 보니 내공이 있어요. 상장 전의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얼마나 임팩트 있는 경험을 주는지, 이때 받는 스톡옵션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는 팀이고 그 동기부여가 강한 팀이고요.

미국과 한국 팀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되나요?

한국 팀은 이제 40명 정도예요. 대부분 프로덕트를 만드는 팀이에요. PM, 아티스트, 엔지니어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여기에 일부 경영관리 파트도 있습니다. 미국 팀은 음악 산업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뮤직비디오 제작자·감독·PD 출신 인력과 콘서트 마케터, 음악 산업 사업 인력으로 구성됐죠.

앞으로 콘서트 콘텐트 외에 또 생각하는 분야가 있나요?

(후략)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폴인

폴인

‘콘텐트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콘텐트 업계의 변화와 함께 일과 삶의 철학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