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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금리에 발목잡힌 올 증시…외국인들 4조 ‘셀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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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진행형이다. 올해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반도체에 치우진 데다 금리 인상과 환율 등에 취약한 구조, 글로벌 스탠다드를 역행하는 각종 정책과 규제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요소로 꼽힌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12월 들어 이날까지 1조3221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간으로 보면 외국인은 4조182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로나 19가 본격화한 2020년 22조1808억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25조9984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올해도 ‘팔자’ 행렬을 이어갔다.

‘셀 코리아’는 ‘셀 반도체’의 동의어다. 삼성전자(18.9%)와 SK하이닉스(3.1%)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반도체를 사고파는 외국인의 움직임에 시장은 울고 웃었다.

외국인은 지난 9월까지 10조2111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던졌다. 하지만 지난 10월(1조5059억원)과 11월(7393억원)에는 다시 바구니에 담았다. 이 기간 코스피는 14.71%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삼성전자를 팔아치우자(4076억원) 코스피 역시 6.28% 넘게 하락했다. 올 한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금액은 8조3737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업황 둔화로 매력이 사라진 탓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좋을 때 글로벌 기업이 설비 투자를 많이 해 현재 재고가 많이 남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응하려면) 수요가 늘거나 공급을 줄이는 방법(감산)밖에 답이 없는데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겠다는 상황이라 외국인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금리 인상·환율·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에 취약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IT 관련 기술주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미래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는다.

서상영 미래에셋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한국 증시는 네이버·카카오 등 IT 업종과 이차전지 등 기술주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금리 인상기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외국인 순매도 상위주에는 삼성전자(8조3737억원), 네이버(3조582억원), 카카오(1조6940억원), 에코프로비엠(8783억원), 카카오뱅크(6962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명지 삼성증권 정보팀장은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큰 시장은 세계 경기의 선행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세계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먼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다른 시장보다 언더퍼폼(시장 평균 하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은 정책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하는 요소다. 골드만삭스·JP모건 등 전 세계 160개 글로벌 투자자·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는 지난달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백서를 통해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지분율 하락은 시장 구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서는 ▶제한적인 원화 거래 ▶공매도 금지 조치 장기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제한된 정보 접근성 등을 대표적인 제약 사항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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