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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 국내 첫 감염…태국 다녀온 50대 남성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 감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질병예방센터(CDC)가 제작한 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 사진 질병관리청

미국질병예방센터(CDC)가 제작한 파울러자유아메바 생활사. 사진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은 해외 체류 후 귀국한 뒤 뇌수막염 증상으로 숨진 환자 검체에 대한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를 한 결과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이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첫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자는 50대 남성 A씨로 태국에 넉 달간 머문 뒤 지난 10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당일 두통·열감과 언어능력 소실, 구토·목경직 등 증상을 겪었고 다음 날인 11일 병원으로 응급이송됐다. A씨는 입원 10일 만인 지난 21일 숨졌다.

A씨 검체를 놓고 실시한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에서 아메바성 뇌염 원인병원체 3종류 원충(파울러자유아메바·가시아메바·발라무시아) 가운데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가 검출됐다. 질병청이 이를 분석한 결과 기존 해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에게서 분석된 파울러자유아메바 유전자 서열과 99.6%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유전자 검출 및 서열 일치도가 높은 것을 근거로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사람이나 실험동물 등이 걸리면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원충이다. 전 세계 호수·강·온천 등 민물과 토양에서 발견된다. A씨 사례에서는 현지 수영 경험이 있는지 등은 현재까지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다만 “해외 감염 사례를 보면 수영을 통한 감염이 가장 많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감염 사례는 드물지만 일단 걸리면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라는 것이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증의 특징 중 하나다.

국내 첫 사망 나온 ‘뇌 먹는 아메바’는 

질병청에 따르면 주로 호수나 강에서 수영과 같은 레저활동을 할 때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이때 코로 들어가 후각 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 또 비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코 세척기를 통해 오염된 물을 썼다가 감염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1937년 미국 버지니아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381건이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1962~2021년 이 기간 감염 사례 154건이 보고됐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41건)이 가장 많이 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A씨가 다녀온 태국은 지난해 1건을 포함해 40년간 외국인 여행자 등 감염 사례 17건이 확인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예방을 위해 발생 보고 지역을 여행할 때 수영 및 레저활동을 삼가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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