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도전 인터뷰 | ‘이상한 민주당’을 향한 박지현의 격정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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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강성 팬덤과 ‘헤어질 결심’ 해야”

“헛발질하는 민주당, 민생 실종… 김건희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다”
“젊은 민주당 만들려면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어젠다 내놓아야”

 조직 내부에 있으면 안 보이던 문제들이 거리를 두고 보면 보이기도 한다. 박지현은 두문불출하던 5개월 동안 민주당에서 멀찍이 떨어져 당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시간을 보냈다.

조직 내부에 있으면 안 보이던 문제들이 거리를 두고 보면 보이기도 한다. 박지현은 두문불출하던 5개월 동안 민주당에서 멀찍이 떨어져 당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시간을 보냈다.

2022 대선 패배 후 정치 루키 박지현(26)은 더불어민주당의 ‘필요’에 의해 불려나왔다. 민주당을 혁신하기 위해 뽑았던 ‘와일드카드’ 박지현에게 민주당은 한없이 ‘이상하게’ 대했다. 직함은 비상대책위원장이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곳에서는 폭언과 고압적 태도를 보였고, 한때 쓰다 버릴 ‘일회용 청년’ 정도로만 대했다. 82일간 비대위장을 지내며 민주당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알아버린 박지현은, 정당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지속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그런 행태를 조장하는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그러자 극렬 민주당 지지자들은 박지현의 집 앞까지 찾아가 집의 동호수를 공개했고, 휴대폰이 먹통이 될 정도로 문자폭탄을 보냈다. 결국 박지현은 전당대회 출마가 좌절된 후 잠행을 택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의 예언처럼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함께 민주당의 위기는 현실화했다. 그간의 침묵을 끝내고 다시 활동을 재개한 박지현을 만났다.

'이상한 민주당 수상한 박지현' 책 출간

 지금의 민주당에 민생은 없고 ‘대여 투쟁’만 있다. 백드롭에는 ‘국민과 함께’라고 적혀 있지만 최고위원들은 각개전투 중이며 일부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금의 민주당에 민생은 없고 ‘대여 투쟁’만 있다. 백드롭에는 ‘국민과 함께’라고 적혀 있지만 최고위원들은 각개전투 중이며 일부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잠행을 이어오다가 오랜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일단 모든 게 끝나고 조금 쉬었다. 책을 써야겠다 생각해서 얼마 전 원고를 마감했다. 신당역 사건이나 이태원 참사 등 목소리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할 때는 메시지도 냈다. 중간에 인도 정부에서 독립 75주년을 맞아 민주주의 국가 청년 정치인들을 초청하는 자리에 다녀왔다.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또 [타임]지 ‘넥스트 100인’의 ‘리더’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지현은 2022년 12월 6일 BBC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BBC는 박지현을 ‘정치 개혁가’라고 소개했다. 또 박지현은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뽑은 ‘올해의 50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곧 발간될 책은 어떤 책인가?

“책 제목은 [이상한 민주당 수상한 박지현]이다. 당시 제게 민주당은 이상한 존재였고 민주당 입장에서 저는 수상한 존재였을 것이다. 책에는 82일간의 비대위원장 경험과 전당대회 출마기 등이 담겼다. 완성된 원고를 보니 이보다 더 마땅한 제목이 없겠구나 싶더라. 12월 26일에 나온다.”

박지현은 민주당에서 모난 돌 같은 존재였다. 박지현은 조금 요란스럽더라도 대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그걸 못하게 주저앉혔다.

“제가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이 대선 패배라는 결과를 받고 변화한 모습으로 지방선거에 임하기 위함이었다. 제가 민주당에 가장 크게 문제의식을 느꼈던 지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비위 사건 때다. ‘민주당이 다시는 이런 길을 가면 안 된다’ 생각했고 처음부터 내세운 원칙이 ‘온정주의에서 벗어나겠다’였다. 또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 적용하겠다, 청년 공천을 확대하겠다’고도 말했다. 처음 제가 비대위원장이 됐을 때는 많은 분이 좋아했다. 그런데 제가 내세운 말대로 하려니까 ‘내부 총질이다’, ‘왜 하필 지금 문제 제기를 하냐’면서 비판하더라.”

최근에 유시민 작가와도 설전을 벌였다. 진영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막는 것, 이런 것들이 민주당이 비판받는 지점 아닌가?

“유 작가의 주장은 ‘박지현의 행동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해가 되고 있다’인데 과연 그럴까? 이들에게 진정 해가 되는 것은 강성 팬덤과 ‘사이버렉카(자극적인 이슈만 쫓아다니는 유튜버 등을 렉카에 비유해 이르는 말)’ 그리고 이들에게 포섭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다. 지난 11월 22일 ‘이태원 참사’ 이후 최초로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집 발언과 장경태 의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어버리지 않았나.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강성 팬덤은 이런 잘못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 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차게 비판했다. 그 생각엔 아직 변함이 없나?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정당과 정치의 목적이 국민을 위한 건데 지금은 정치인을 위한, 정당을 위한 정치만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민주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판한 건데 그저 ‘내부 총질’로만 비쳐 안타깝다. 일부 의원들이나 강성 팬덤은 치부를 숨기기 급급하다. 그래서 일단 정당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팬덤 정치 청산한 다음에야 총선·대선 있다”

 박지현은 ‘정치인 다 됐네’라는 말 속 숨겨진 부정적 뉘앙스가 싫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불의를 모르는 척하지 않고 여전히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박지현은 ‘정치인 다 됐네’라는 말 속 숨겨진 부정적 뉘앙스가 싫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불의를 모르는 척하지 않고 여전히 잘못된 점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모습이었다.

정당을 위한 정치라고 말했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민생을 팽개쳐두고 대여 투쟁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을 향한 지금의 공격들은 결국엔 검찰 정권에서 정적을 잡기 위한 모습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맞서 싸워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제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은, 당 차원의 대처가 잘못됐다는 거다. 이 대표도 취임사에서 ‘첫째도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최고위원들은 전부 자기 관심사만 찾아 각개전투 중이다. 이런 상황인데, 누가 민주당이 민생을 살피고 있다고 믿어줄까? 김건희 여사 뒤꽁무니만 쫓아다니고 있지 않나. 김의겸 대변인도 계속해서 헛발질하고 있는데, 결코 당에 도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대표를 향하는 검찰 수사가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건 이 대표를 너덜너덜하게 만들기 그 수준인 것 같다. 왜 민주당만 그렇게 털고 있나? 왜 전 정권만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실재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를 정치보복 논리로 방어하면서 민주당 전체가 가담하는 데 대해 ‘민주당 사당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법리스크를 예상 못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처음부터 이 대표가 되면 안 된다고 말렸다. 하지만 득표율 77%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당대표이기 때문에 대표를 지키는 일에 당이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수사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겠다’ 이렇게 말한다면 그걸로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다.”

민주당이 강성 팬덤과 공생 관계가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팬덤 정치와 결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저는 일단 강성 팬덤에 기대고 있는 정치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진정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총선도, 대선도 치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대표의 어떤 결단을 말하는 것인가?

“이 대표 본인도 극렬 문파에 당했던 아픔이 있지 않느냐 이 말이다.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이 저를 비롯한 다른 의원들에게 폭력적인 언행으로 다가가는 부분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 도를 넘는 이들은 출당 조치하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이나 다른 일반 당원들도 팬덤과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대표도 지지자들의 행태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더라.

“지난 7월에 한 유튜버가 제 집 주소를 찾아내 집 앞에서 방송한 적 있다. 그제야 당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파악했는지 이 대표도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하지만 그 이후 이 대표 팬덤이 그를 비판하는 트윗을 남기자 이 대표가 그날 새벽에 ‘조금만 더해도 돼요’라는 식으로 글을 올렸다. 반발하는 지지자들에게 ‘제가 여러분에게 등 돌린 거 아니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라고 다독이는 느낌이었다. 이 대표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는 이유다.”

“10년 안에 다시 당대표에 도전하겠다”

586 용퇴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그 뒤에 97그룹이 연공서열 기다리듯 대기 중이다. 여의도에 청년 정치를 뿌리내릴 방안이 있을까?

“586 용퇴론과 관련해서는, 97그룹에게 과연 586의 그늘 아래서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부터 묻고 싶다. 청년 정치와 관련해 원내 몇몇 정치인과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력화를 통해 더 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부가 되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 그래서 저도 10년 안에 다시 당대표에 도전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2030세대 여성 표가 민주당으로 결집했지만 박지현이 그 모든 여성 표를 대표하는 구심점이 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분들의 지지를 받고도 대선에서 승리로 화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다만 저는 2030 여성 표의 구심점이라기보다는 더 많은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여성 표를 대변하기 위해 더더욱 많은 여성이, 여성 청년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래의 민주당 정신을 회복할 방안이 있을까?

“젊은 민주당,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어젠다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많더라도 새로운 어젠다에 대해 전문가라면 함께할 수도 있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현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응은 최악을 뛰어넘는 밑바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국민 158명이 숨졌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대통령조차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국민이 죽어도 책임지지 않는 정권이라면 독재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화물연대 파업도 그렇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인데, 정부는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저 전 정권과 야당만 공격하는 데 혈안돼 있는 게 지금의 정권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연말에 책이 나오면 지역을 순회하면서 당원과 국민들과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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