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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일률적 등급제 없앤다 "잘하고 부족한 부분, 구체 정보 줄 것"

중앙일보

입력

“부모가 평가에 참여하는 자체평가 위주로 가면서 영역별로 어떤 게 잘 되고 어떤 게 모자란지 부모가 알기 쉽게 정보를 줄 것이다. ”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사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로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어린이집 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보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보육 전문 공공기관이다. 어린이집 평가제도는 진흥원이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환경 등 59개 항목을 2, 3년마다 평가한 뒤 A~D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어린이집 평가제도를 정부 주도의 일률적 등급제 평가에서 부모와 보육교사 등이 참여하는 상호작용·보육과정 위주의 컨설팅 체계로 전환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 원장. 사진 진흥원 제공.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 원장. 사진 진흥원 제공.

지금은 A~D 등급 이외 급식·위생·건강·안전 관리 등 각 분야에서 종합 의견 정도만 제시돼 어린이집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부모는 인터넷 맘 카페의 ‘카더라’ 식 정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지표별 해당 어린이집의 강점과 개선 필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결과서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나 원장 설명이다.

아래는 나성웅 원장과의 일문일답.

어린이집 평가제도를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간 어린이집 평가제도는 천차만별인 어린이집의 품질을 표준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기존에 공급자 중심으로 품질을 획일적으로 올렸다면 앞으로는 부모가 참여하는 수요자 맞춤형으로 바꾸려 한다. 또 등급 대신 서술형으로 많은 정보를 줘 부모가 선택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집 질이 올라가는 체계로 가야 한다. 

현재도 부모 모니터링단 등 부모 참여 요소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 모니터링단에서 부모는 자녀가 소속된 어린이집이 아니라 다른 어린이집을 방문한다. 자체평가가 도입되면 현장 평가가 이뤄지기 전 부모가 교직원과 함께 어린이집의 질을 함께 점검해볼 기회가 생긴다. 현재도 비슷한 방식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형식적이란 비판이 있었는데 이를 보다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해 이르면 2024년부터 새 평가 제도를 적용한다. 장기적으로는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모델이 될 만한 우수 어린이집을 별도로 선정하고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평가 제도에 아동학대 예방 내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2, 3년에 한 번 하는 평가로 아동학대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동학대는 예방 교육을 통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발생하면 사례 관리를 통해 극복할 수 있게 강력한 정책으로 조치해야 한다. 다만 부모가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의 평가제도로 전환하면 예방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보육교사 자격 체계를 개편하면서 인·적성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한 어린이집 간판. 뉴스1.

한 어린이집 간판. 뉴스1.

정부가 어린이집에서 시간제 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부모급여 지급으로 가정 양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돌봄 인프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보육시설에 등록되지 않은 부모와 자녀도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규모가 큰 유치원 등에서 시간제 보육, 틈새보육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또 하나의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처럼 역할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130곳의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있지만,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지자체별 격차를 없앨 수 있게 법을 개정해서라도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력, 필수 사업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 최소한의 기준을 바탕으로 한 표준화 모델이 있으면서 지역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최소한 지역보건법의 보건소 위상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방역정책에 보건소가 있듯, 육아정책에 육아종합지원센터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임기 기간 포부가 있다면. 
인구 절벽 시대에 육아정책의 중요성이 확산될 수 있게 최소한의 기반 정도는 마련해 놓고 나가는 게 목표다.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주인이다. 부모가 책임감을 갖고 키우고 국가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격차가 없게 해야 한다. 정부가 보육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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