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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위해 첨단 냉장 수장고까지 갖췄다...뮤지엄한미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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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에 문 연 뮤지엄한미 삼청 본관 전경. [사진 뮤지엄한미]

서울 삼청동에 문 연 뮤지엄한미 삼청 본관 전경. [사진 뮤지엄한미]

'국내 첫 여성사진가'로 알려진 이홍경이 1926년 촬영한 '여인의 초상'. [사진 뮤지엄한미]

'국내 첫 여성사진가'로 알려진 이홍경이 1926년 촬영한 '여인의 초상'. [사진 뮤지엄한미]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서 여성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면으로 카메라를 응시한 여성의 미소가 이미 흘러버린 100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생생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진가'로 알려진 이홍경이 찍은 '여인의 초상'이다. 이홍경은 1921년 서울 관철동에 여성 전용 사진관인 '부인사진관'을 열고, 5년 뒤 인사동에 '경성사진관'을 열었다. '여인의 초상'은 경성사진관에서 1926년 촬영됐다.

국내 대표 사진 전문 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 개관 20주년 #삼청동에 '랜드마크'급 건물 #국내 최초 냉장 수장고 갖춰 #한국 사진사 훑는 개관전 열어

100년 전 역사가 생생한 이미지로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사진 속 '여인'은 지금 섭씨 15도, 습도 35%를 유지하는 최첨단 '보이는 수장고'에서 관람객을 마주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영상매체, 보존 테크놀로지의 힘을 실감케 하는 한 장면이다.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사옥에 있던 한미사진미술관이 삼청동으로 본관을 옮기고 '뮤지엄한미'(관장 송영숙)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한미사진미술관은 2003년 국내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출발한 이래 지난 20년간 국내외 주요 사진작품 수집, 전시 기획과 작가 지원, 출판·교육사업을 펼치며 우리 사진예술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뮤지엄한미는 기존 방이동의 전시공간과 함께 미술자료관 기능을 유지하며 삼청동 공간에서 새 시대를 연다.

삼청동의 새 랜드마크 기대 

21일부터 개관전을 열고 있는 한미뮤지엄 삼청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내다본 풍경이다. 이은주 기자

21일부터 개관전을 열고 있는 한미뮤지엄 삼청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내다본 풍경이다. 이은주 기자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2000㎡ 규모의 삼청 본관은 삼청동의 새 랜드마크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존 대지 여건상 뮤지엄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모습을 드러내지만, 주변 자연경관을 자연스럽게 품고 알찬 기능을 갖춘 건축물 자체가 작품이다. 건축가 민현식(76·건축연구소 기오헌 대표)이 설계한 건물은 아담한 '물의 정원'을 가운데 두고 세 개 동이 교차하는 구조다.

지속해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스틸 사진뿐 아니라 뉴미디어 영상작품까지 수용할 수 있게 지하 1층에 7m 높이의 전시 공간과 콘서트홀 수준의 음향 설비를 갖춘 것도 특징이다.

국내 첫 냉장 수장고

항혼항습시스템을 갖춘 저온 수장고 모습. 이은주 기자

항혼항습시스템을 갖춘 저온 수장고 모습. 이은주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최초로 저온 수장고와 냉장 수장고를 함께 갖춘 점이다. 저온수장고는 섭씨 15도에 습도 35%를 유지하며, 냉장 수장고는 섭씨 5도에 습도 35%를 유지한다. 특히 저온 수장고는 한쪽 벽을 유리로 만들어 작품을 전시해 '보이는 수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지현 큐레이터는 "뮤지엄한미가 지난 20년간 수집해온 사진 소장품이 2만여점에 달한다"며 "내 최초로 갖춘 냉장 수장고는 소장품의 보존 연한을 500년까지 보장하한다"고 말했다. 김 큐레이터는 이어 "전세계에서 이런 수준의 냉장 수장고를 갖춘 사진 뮤지엄은 미국 LA 게티뮤지엄을 비롯해 5~6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개관전과는 별도로 이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총 12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특히 흥미진진하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사진을 도입한 황철이 촬영한 1880년대 사진부터, 흥선대원군의 초상사진. 고종의 초상사진 원본을 전시한다. 1907년 서울 소공동에 천연당 사진관을 차린 김규진의 사진도 소개한다.

개관전 '한국사진사 1929~1982'

국내 최초로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 정해창이 1920~30년데 찍은 작품. 뮤지엄한미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국내 최초로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 정해창이 1920~30년데 찍은 작품. 뮤지엄한미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이형록 작가가 1934년에 촬영한 '전원'. 뮤지엄한미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이형록 작가가 1934년에 촬영한 '전원'. 뮤지엄한미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뮤지엄한미 삼청 개관전에 나온 임인식의 '6.25-군번 없는 학도병'/ 청암아카이브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뮤지엄한미 삼청 개관전에 나온 임인식의 '6.25-군번 없는 학도병'/ 청암아카이브 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뮤지엄한미 개관전에서 선보인 홍순태의 '갈치'. 1971년 촬영. 개인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뮤지엄한미 개관전에서 선보인 홍순태의 '갈치'. 1971년 촬영. 개인소장. [사진 뮤지엄한미]

개관전은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이다. 국내 사진작가의 첫 개인전 정해창(1907~1968)의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부터 1982년 '임응식 회고전'까지 50년 역사를 촘촘하게 살핀다.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석조전 서관에서 열린 '임응식 회고전'은 사진이 순수미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두 시점 사이의 50년을 되짚은 이 전시에만 총 42명 작가의 사진 207점과 관련 자료 100여 점이 나왔다.

개관전 기획을 총괄한 최봉림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사진사 정립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책임감으로 준비했다. 무엇보다 사진가 고유의 성향을 담기 위해 최대한 원본 빈티지 사진으로 전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선 1930년대부터 1950∼1960년대 해외 사진 공모전에 출품된 국내 작가의 사진과 더불어 1957년 관람객 30만 명을 동원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경복궁미술관의 '인간가족전'(1957) 관련 자료도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4월 16일까지.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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