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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송사 끝낸 김진수, 창업가로 변신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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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논설위원

지난달 30일 한 세계적 과학자의 긴 송사가 끝을 맺었다.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겸 서울대 교수. 대법원은 김 전 단장과 검찰 양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형의 선고를 유예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2017년 IBS 내부 감사가 지적한 ‘연구비 횡령’에서 시작해 ‘수천억 가치의 크리스퍼 원천특허를 빼돌렸다’는 등이 더해지면서 사기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피고 신분이 됐다.

지난해 2월 내려진 1심 판결은 무죄였지만, 올해 2월 2심 판결에선 유무죄가 갈렸다. ‘특허를 빼돌렸다’는 혐의는 무죄였지만, 연구비 외상거래 등에 대해선 유죄로 결론 났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단장이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속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의욕이 지나친 것이라고 보고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5년 끈 재판 선고유예로 마무리
“그린진·엣진 스타트업 2개 창업
광합성 효율 높이는 기술 등 도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로도 활동

그리고 6개월 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1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래 낙성대 인근에서 김 전 단장을 만났다. 그는 유전자가위 기업 툴젠의 창업자이면서 여전히 대주주이지만, IBS 단장 사임 후 툴젠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자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로 변신해 있었다.

김진수 전 IBS 단장은 새로운 스타트업의 창업주 가 돼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낙성대 R&D센터에 터를 잡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경록 기자

김진수 전 IBS 단장은 새로운 스타트업의 창업주 가 돼 있었다. 지난 14일 서울 낙성대 R&D센터에 터를 잡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경록 기자

기초과학 연구와 신약개발은 다른 영역

선고유예인 2심 판결이 확정됐다.
“그간 수사받고 재판받는 과정에서 많이 지쳤다. 완전 무죄가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마무리된 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홀가분하다.”(그는 기소 후 IBS 단장직에서 보직해임 됐다가, 1심 무죄판결 이후 단장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1년 뒤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IBS를 그만둬야 했다. 서울대 교수직도 내려놨다.)
수사와 재판이 5년째 이어졌다. 그간 연구는 어떻게 했나.
“아무래도 수사받고 재판받으면서 논문을 읽고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1년 동안은 논문을 한 편도 못 읽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엔 계속 과거처럼 연구를 해왔다. 올해는 연구자로서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였다. 국제학술지 셀과 네이처바이오텍·네이처커뮤니케이션 등에 여러 편의 논문이 실렸다.”
왜 툴젠으로 돌아가지 않나.
“지금 툴젠에 가더라도 도움이 될 게 없다. 기초과학 연구와 성과를 가지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창업 20년이 넘은 코스닥 상장사인 툴젠은 지금 신약을 개발하는 단계다. 나는 지금껏 그런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툴젠에 돌아가면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휘하는 꼴이 되는데, 그건 주주인 저한테도 손해다.”
대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그린진과 엣진이 그것이다. 그린진은 툴젠이 보유한 특허인 크리스퍼가 아닌 새로운 염기교정효소로 식물세포소기관의 유전자를 교정한다. 광합성 효율을 높여 농작물 생산성을 올리고, 이산화탄소 포집도 더 많이 하면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식물은 엽록체 안에 DNA가 있는 데 이건 크리스퍼로 교정할 수 없다. 하지만 1세대로 불리는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을 변형한 염기교정효소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사실 유전자가위에서 세대 구분 개념은 잘못됐다. 각각의 장점이 있다. 엣진 역시 크리스퍼로 할 수 없는 미토콘드리아 내 유전자를 교정해서 관련 유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제 시작이다.”
왜  스타트업 창업을 택했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 과학자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이 신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그 신기술로 세상에 기여하는 것인데, 국내 대학은 지금 선고유예 기간이라 갈 수가 없고, 가고 싶지도 않다. 출연연 같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신 스타트업을 하면서 외국대학 교수 활동도 시작한다. 연구라면, 대학 아닌 여기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미국서 유전자가위 이용한 신약 곧 나와

외국대학은 어디를 말하나.
“싱가포르국립대 의대다. 경찰수사가 시작되던 2017년부터는 교수로 올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사실 수사가 잘 마무리되면 바로 갈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기소가 되면서 아예 못 가겠다고 대답했다. 재판 기간에도 계속 연락이 왔다. 이제 대법원 판결까지 났지만, 한국에서 벌인 일도 있고 당분간은 못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방문교수라도 연을 맺어 놓자’고 제안해서 1년에 4주 정도 싱가포르에 가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다. 강의는 안 한다.”
유전자가위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지금 유전자가위, 그중에서도 크리스퍼 기술력에 기반한 미국 회사들이 나스닥에 상장돼 실적이 좋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창업한 회사다. 임상 3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빈혈증 치료제는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에는 신약 승인인 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신약이 되는 거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를 고쳐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열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