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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크리스마스…매번 돌아오지만 24시간 즐겁지만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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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설가 김금희는 “한 해 끝에서 맞는 만남에 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소설가 김금희는 “한 해 끝에서 맞는 만남에 관해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창비·사진)을 펴낸 소설가 김금희(43)는 “사랑은 크리스마스 같은 것”이라고 했다. “매번 돌아오지만 24시간 즐겁지는 않고 고독과 환희가 교차하는 날”이어서다. 지난 7일 만난 그는 제목 ‘크리스마스 타일’에 대해 “타일을 붙인 벽면이 잘 유지되려면 타일 사이 간격이 없으면 안 되듯, 사람도 함께 벽면을 이뤄서 무게를 감당하려면 약간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7개 단편을 모은 연작소설집이다. 방송국 PD 지민, 작가 소봄, 출연자 ‘맛집 알파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자의 이야기가 마지막 작품 ‘크리스마스에는’으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40대 방송작가 은하는 ‘삶에 피하지방처럼 껴있는 모든 영양가 없는 관계들과 결별해야지’ 마음먹었다가도, 데면데면했던 조카가 보낸 ‘고모 이제 안 아파요? 다 나았어요?’라는 문자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은하의 밤’).  IT 개발자 세미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들어하던 청소년기를 위로해줬던, 겨울 흰 눈 같은 강아지 ‘설기’가 하늘로 떠난 뒤에도 선뜻 보내지 못하고 애태우지만 결국에는 강아지 용품을 모두 정리한다(‘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PD 지민은 옛 연인 ‘맛집 알파고’가 꼼수로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심하게 새해맞이 보신각종 타종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크리스마스에는’). 하나같이 지하철 옆자리 누군가의 이야기일 법하게 친숙한 사연들이다.

크리스마스 타일

크리스마스 타일

인물들 대부분이 완전히 행복하진 않지만 약간은 따스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서늘하게 슬픈 마음’이 주를 이뤘던 김금희의 전작들에 비해 약간의 온기가 더해진 결말들이다. 김금희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내가 조금 변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마음의 부피를 줄이는 게 고립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젠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마음을 갖는 게 좋다는 걸 압니다. 인간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성숙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런 깨달음은 “잃어버린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상실은 견딜만해졌다”(‘월계동 옥주’) 같은 문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금희는 2009년 데뷔해 14년차, 어느새 40대 중반을 향한다.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로 방송작가 은하를 꼽았다. “자기 이외의 세상에는 별 관심 없이도 별일 없이 살아지는 중년 간부의 매직에 기대어” “그러면 일단 두루 다 해보라는 국장의 말로 몸만 피곤한 쪽으로 결론 났다”(‘은하의 밤’) 같은 실감 나는 회사생활 묘사는 등단 전 실제로 회사에 다닌 경험 덕이다.

“글을 쓰기 위해 일상을 살며” 비축한 에너지를 몰아 쓴다는 김금희는 요즘 글쓰기 외에 식물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자그마치 80개의 화분을 기른단다. 최근 감격한 건 베고니아가 층층이 잎을 피운 일이다. “꽃도 맺혔는데, 꽃 피기 전 잎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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