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이끌고 있는 라파엘 그로씨 사무총장은 16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로씨 사무총장은 이날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동향과 관련된 상황을 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과도 이야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IAEA 차원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고 국제 핵비확산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로씨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움직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자 국제법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으로 IAEA 사찰단 또는 인력을 다시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IAEA 사무총장의 방한은 2017년 9월 유키야 아마노 당시 총장 이후 5년 만이다.
외교가에선 그로씨 사무총장이 언급한 풍계리 3번 갱도 주변의 핵실험 준비 정황과 관련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전술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는 4개의 갱도가 있는데, 남쪽 3번 갱도는 북한이 지금까지 1~6차 핵실험을 했던 곳이 아니다. 북한은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기준으로 동쪽 1번 갱도에서 2006년 10월 8일 1차 핵실험을 한 뒤 해당 갱도를 폐쇄했고, 2009년 이후 진행한 2~6차 실험은 서쪽 2번 갱도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아직 사용한 적이 없는 남쪽 3번과 북쪽 4번 갱도는 구조가 다르다. 정보당국은 3번 갱도의 경우 깊이가 300~400m로 비교적 얕아 10~20킬로톤(㏏)의 전술 핵무기 실험용으로, 4번 갱도는 깊이가 700~800m로 깊어 150㏏톤 이상의 위력을 가진 초대형 핵탄두 실험이 가능한 곳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3번 갱도를 사용한다면 전술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전문가들은 전술핵 실험을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와 유사한 의미로 해석한다. 만약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할 경우 북한은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방사포 등 사실상 모든 화력을 핵탄두를 운반할 ‘핵 투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이어졌던 연쇄 무차별 도발 직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를 비롯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저수지에서 발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89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를 “전술핵 운용 부대의 훈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지난달 18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실험도 성공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형 핵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에 더해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140tf(톤포스ㆍ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규모의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로켓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고체연료 ICBM은 기존의 액체연료 ICBM과 비교할 때 연료 주입이 필요 없어 발사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추진력이 140tf이면 거의 ICBM급으로, 또 북한이 ‘추진력벡토르조종기술(Thrust Vector Control, TVC)을 도입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시험’이라고 밝힌 것은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장거리탄도미사일에 적용할 엔진이란 의미”라며 “탄두중량을 600~8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1만㎞ 이상의 사거리가 가능한 추진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