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 룰이 친윤계 당권 주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책임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 반영이 현행 룰인데, 최근 여론조사 비율을 10~20%로 줄이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수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지지율 상위권에는 주로 비윤계 주자들이 올라 있다. 하지만 응답자를 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판세는 뒤바뀐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지율은 유승민(31%), 나경원(15%), 안철수(11%), 김기현(5%) 순이었는데, 여당 지지층 지지율은 나경원(35%), 안철수(16%), 김기현(13%), 유승민(9%) 순이었다. 비윤계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30% 반영해도 비윤계 주자가 되기 어려운데, 그마저 줄인다면 친윤계 주자가 떼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책임당원 급증을 고려하면, 당원투표 비율을 높여도 친윤계 주자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직력으로 당심을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책임당원 수가 100만명 가까이 달하는 상황에서는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당 사무처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당시 28만명 수준이던 책임당원은 최근 80만명으로 늘어났다. 통상 전당대회 직전에 책임당원 수가 급증하는 걸 고려하면 선거가 이뤄질 내년 3월 즈음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당 사무처의 전망이다.
특히 20·30세대 책임당원이 늘어난 것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14일 기준 20·30대 책임당원 비율은 17%였다. 40대까지 합치면 30%를 웃돈다. 당 관계자는 “50대 이상 연령층이 책임당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청년 당원 여론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늘어난 20·30대 책임당원 중 상당수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유입됐다는 점을 들어, 친윤계 주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표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이라며 젊은 층의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조직력에서 차이가 큰 이준석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의 책임당원 득표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때보다 당원이 3배 이상 늘어나면 친윤계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37.4%, 나경원 전 의원은 40.9%를 득표했다.
그럼에도 당심은 결국 윤심(尹心)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친윤계 의원은 “더는 분열하지 말고 기로에 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 당의 밑바닥 정서”라며 “20·30대 당원이 늘었다고 해도 그중 상당수는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열성 당원”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논란을 거치면서 내부 총질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비윤계 주자가 당원 투표에서 더 고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들은 '당심 강화' 룰 개정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김기현 의원은 14일 자신이 주도하는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 모임이 끝난 뒤 “원론적으로 당원 의사가 잘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안철수 의원은 “100만 책임당원이라고 해도 나머지 2400만명 지지자는 (룰 개정 시) 의견 반영 통로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민심이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