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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80만 급증 뒤엔 이준석? '당심 강화룰' 친윤 마냥 좋진 않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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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차기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개정 룰이 친윤계 당권 주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책임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 반영이 현행 룰인데, 최근 여론조사 비율을 10~20%로 줄이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수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지지율 상위권에는 주로 비윤계 주자들이 올라 있다. 하지만 응답자를 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판세는 뒤바뀐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의 여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지지율은 유승민(31%), 나경원(15%), 안철수(11%), 김기현(5%) 순이었는데, 여당 지지층 지지율은 나경원(35%), 안철수(16%), 김기현(13%), 유승민(9%) 순이었다. 비윤계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30% 반영해도 비윤계 주자가 되기 어려운데, 그마저 줄인다면 친윤계 주자가 떼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1년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당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기현,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중앙포토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1년 5월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당시 당 대표 후보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기현,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중앙포토

당 일각에서는 “책임당원 급증을 고려하면, 당원투표 비율을 높여도 친윤계 주자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직력으로 당심을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책임당원 수가 100만명 가까이 달하는 상황에서는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당 사무처에 따르면 2021년 6월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당시 28만명 수준이던 책임당원은 최근 80만명으로 늘어났다. 통상 전당대회 직전에 책임당원 수가 급증하는 걸 고려하면 선거가 이뤄질 내년 3월 즈음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당 사무처의 전망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의원.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안철수 의원. 뉴스1

특히 20·30세대 책임당원이 늘어난 것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14일 기준 20·30대 책임당원 비율은 17%였다. 40대까지 합치면 30%를 웃돈다. 당 관계자는 “50대 이상 연령층이 책임당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청년 당원 여론이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늘어난 20·30대 책임당원 중 상당수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유입됐다는 점을 들어, 친윤계 주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표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이라며 젊은 층의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조직력에서 차이가 큰 이준석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의 책임당원 득표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때보다 당원이 3배 이상 늘어나면 친윤계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책임당원 투표에서 이준석 전 대표는 37.4%, 나경원 전 의원은 40.9%를 득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시정연설 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시정연설 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장진영 기자

그럼에도 당심은 결국 윤심(尹心)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익명을 원한 친윤계 의원은 “더는 분열하지 말고 기로에 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 당의 밑바닥 정서”라며 “20·30대 당원이 늘었다고 해도 그중 상당수는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열성 당원”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논란을 거치면서 내부 총질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비윤계 주자가 당원 투표에서 더 고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권 주자들은 '당심 강화' 룰 개정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김기현 의원은 14일 자신이 주도하는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 모임이 끝난 뒤 “원론적으로 당원 의사가 잘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안철수 의원은 “100만 책임당원이라고 해도 나머지 2400만명 지지자는 (룰 개정 시) 의견 반영 통로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민심이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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