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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시론

디지털 인재 육성 위한 ‘문샷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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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승훈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

나승훈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윤석열 정부는 세계 초일류 디지털 국가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부터 2026년까지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인재는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소프트웨어(SW) 및 인공지능(AI) 인재’의 다른 표현이다. AI, 일반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메타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사이버보안 등과 같은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일컫는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말하듯 4차산업 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 속에서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IT)분야 외에도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농업·바이오·의료 등 국내 산업의 여러 분야에 걸쳐 소프트웨어 및 AI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중요한 디지털 인재 양성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사업 등과 같은 핵심적인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교육 전반에 걸쳐 지속적·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산업혁신의 발판
미국·중국·일본 등과 경쟁 가속
지속적·장기적 투자만이 살길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 및 융합 분야에 걸쳐 구글·MS·애플 등과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한국에서도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하는 ‘문샷(Moonshot) 투자(원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와 달리 소프트웨어 분야는 세계적인 규모의 공장 없이도 혁신적인 성과가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중국과의 소프트웨어 격차를 극복하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만이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의 핵심을 맡은 대학에 대대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샷 프로젝트 목표에 세계적인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설정하고,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과감하면서도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및 AI 인재 양성은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서 제조업을 포함한 각 분야를 혁신하는데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수밖에 없다. 삼성과 애플의 경쟁에서 경험하듯 제조업과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소프트웨어 역량이 제품 경쟁력의 핵심을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역량은 모든 산업 분야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혁신할 수 있는 범용적인 메타 역량이다. 소프트웨어 전공 지식 활용능력만 아니라 창의적이면서 문제를 몇 단계 추상화하는 능력,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하거나 플랫폼으로 만드는 능력까지 포괄한다. 결국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이란 하드웨어 및 제조업 등 국내 모든 산업의 디지털 혁신이나 플랫폼 혁신을 견인하는 인재 양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발굴하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소프트웨어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 위주로만 구성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분명 한국엔 붉은 신호등이 켜진 것과 같다.

한국 제조업도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미국·일본·대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와중에 위기라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더 거대하고 심각한 위기는 조만간 제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시점에 한국이 미국·중국에 비해 소프트웨어 역량 면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게 될 때 발생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및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이면서 규모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메타 역량 차원에서 파급력이 큰 사실을 고려할 때 지금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반도체와 제조업도 판도가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무엇보다 국내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불안감과 위기감이 안타깝게도 더욱 커진다.

한국에서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 발굴되도록 하려면 소프트웨어 및 AI 인재 양성을 위한 대대적이고 장기적인 문샷 투자가 절실하다. 거듭 강조하건대 국내에도 세계적인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발굴돼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및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지켜낼 수 있고,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반이나 해결 방안도 함께 마련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승훈 전북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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