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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맞은 소설가 황석영 "앞으로 10년 더 소설 쓰겠다"

중앙일보

입력

소설가 황석영씨가 팔순을 맞았다. 고교 중퇴 후 사상계에 발표한 등단 단편 '입석부근' 이후 60년 넘는 작가 인생이다. 생일인 14일 전날인 13일 저녁 문학·문화·정치계 인사와 가족 등 40여 명이 모여 팔순 잔치를 조촐하게 치렀다. 황씨는 이날 "앞으로 10년은 더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사진 휴먼큐브

소설가 황석영씨가 팔순을 맞았다. 고교 중퇴 후 사상계에 발표한 등단 단편 '입석부근' 이후 60년 넘는 작가 인생이다. 생일인 14일 전날인 13일 저녁 문학·문화·정치계 인사와 가족 등 40여 명이 모여 팔순 잔치를 조촐하게 치렀다. 황씨는 이날 "앞으로 10년은 더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 사진 휴먼큐브

"어떤 스님을 만났는데 내가 113세까지 산다는 거야. 근데 103세에 위기가 닥친대. 사실은 한 90세까지만 소설을 쓰려고 합니다. 앞으로 서너 권 정도는 더 쓰겠죠."
 인생 100세 시대, 팔순의 소설가 황석영씨가 기염을 토했다. 앞으로 10년간 정정하게 집필에 매진하겠다는 거다.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자신의 팔순 잔치에서다. 황씨는 1943년 12월 14일 지금의 중국 길림성 장춘에서 태어나 이날이 생일 전날이었다.
 황석영이 누군가. 황석영 없이 한국 현대사를 쓸 수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도, 황석영의 인생 역정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 그만큼 그는 작품에서나 삶의 궤적에서나 시대와 호흡을 함께 했다. 현실을 가감 없이 재현하는 리얼리즘 문학에 갇혀 있지 않았고, 실정법을 어겨 가며 남북한 체제를 넘나들었다. 당대를 호령한 인기작가였고 방외인이었으며 1970년대 문화운동을 이끌었던 문화인이었다.

왼쪽부터 최열·박석무·방배추·황석영·김정남·이부영·원혜영씨. 사진 휴먼큐브

왼쪽부터 최열·박석무·방배추·황석영·김정남·이부영·원혜영씨. 사진 휴먼큐브

 이날 모인 40여 명은 말하자면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축하연 사회를 맡은 강형철 시인이 분위기를 띄웠다.
 "황석영 선생 가시는 곳에는 항상 무슨 일인가 벌어진다."
 이날 갑작스러운 거센 눈발로 행사에 늦거나 불참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였다.
 YS 정부에서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정남씨가 "황석영 선생이 있어서 우리 사회, 민족 전체가 조금 신나지 않았나 한다"고 하자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나는 좀 시끄러웠다"고 받았다. 박 이사장은 1995년 김지하 시인 등과 함께 방북 사건으로 수감돼 있던 황석영을 면회한 일화를 들려줬다. 정상적인 경로로 황씨 면회가 되지 않았다. 박 이사장이 당시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특별 면회가 가능했다. 황석영·김지하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동아시아 등을 들먹이며 세 시간 동안 줄기차게 떠들더라고 했다. 나머지 면회 일행은 말 한마디 못했다는 것.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그 연세에 자세히 취재해 2020년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를 내셨다. 계속 건필을 휘두르시길 바란다"고 하자 지난봄 미수(88세) 축하연을 열었던 방배추(본명 방동규)씨가 "황석영 선생 때문에 내가 '구라(걸쭉한 이야기꾼)' 대접을 받으며 잘 먹고 산다"고 했다.

황석영씨와 가족들. 왼쪽이 작곡가인 아들 호준씨, 오른쪽이 소설가인 여정씨. 사진 휴먼큐브

황석영씨와 가족들. 왼쪽이 작곡가인 아들 호준씨, 오른쪽이 소설가인 여정씨. 사진 휴먼큐브

 드디어 황석영씨 차례. "2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청년 같았는데 이제는 다리 힘이 살짝 풀렸다. 야, 참 빠르다. 뒷간 갔다 왔더니 1세기가 벌써 다 간 거야."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세속적인 욕심은 없다. 내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가 '몇 발짝 더 가자!'인데,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써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황씨의 앞날은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역사 강사 설민석 책을 수백만 부 판매한 휴먼큐브 출판사가 황씨의 시각으로 풀어낸 어린이 민담 시리즈 30권, 황씨 작품을 재해석해 IP를 웹툰·웹소설 등으로 가공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축하연에는 도종환 국회의원, 원혜영 전 국회의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채희완 무용평론가, 언론인 김선주·조선희, 문학평론가 신수정·정홍수씨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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