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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품었던 73세 위버의 임신…'아바타2' 이 장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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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1편 주인공 설리와 네이티리의 아들 로아크(브리튼 달튼)가 바다 생물 툴쿤과 헤엄치는 장면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1편 주인공 설리와 네이티리의 아들 로아크(브리튼 달튼)가 바다 생물 툴쿤과 헤엄치는 장면이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푸른 몸의 소년과 고래를 닮은 생명체의 자유로운 유영이 정교한 바다 풍광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3D 안경을 끼고 본 화면이 흡사 바닷물로 가득한 스크린에 머리를 집어 넣은 듯 생생하다. 13년 전 3D 입체영상의 혁명을 일으킨 제임스 캐머런(68) 감독의 SF 판타지 영화 ‘아바타’가 외계 행성 ‘판도라’의 숲에서 바다로 무대를 옮긴 2편으로 또 다시 시각효과의 한계를 넘어섰다.
‘에이리언 2’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할리우드 특수효과 영화 장인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14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아바타2’는 캐머런 감독이 이미 5편까지 후속작 출시를 정해놓고 선보이는 작품이다. 1편이 국내에서 1300만 관객, 전 세계적으론 누적 29억 달러(약 3조8000억원)의 극장 매출을 올리며 역대 흥행 1위를 지켜온 만큼, 2편은 공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14일 한국서 최초 개봉 영화 '아바타2' #역대 흥행 1위 1편 이후 13년만의 속편 #1편 '포카혼타스'라면 2편은 '모비딕' #캐머런, 인간의 생태계 파괴 경고

델 토로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툴쿤과 나비족 소년이 교감하는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툴쿤과 나비족 소년이 교감하는 장면.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2’가 개봉 전주 시사회로 공개되자마자 소셜미디어에선 “비주얼이 놀랍다”(콜리더‧피플 매거진 등)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멍청하고, 눅눅하고, 움직임만 매끄러운 대서사시”라고 비판했지만, 대체로 호평이 우세한 편이다. 동료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아바타2’에 대해 “오랜만에 보는 영화다운 영화(MOVIE-MOVIE)”라며 찬사를 보냈다.
지난 9일 이 영화 내한 간담회에서 주연 배우 시고니 위버가 “영화 이상의 경험일 거라 확신한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날 캐머런 감독,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스티븐 랭 등 주연배우와 함께 내한한 ‘아바타’ 시리즈 제작자 존 랜도 프로듀서는 지난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해 “‘아바타2’ 수준의 영상은 5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다”면서 “웨타이펙트(뉴질랜드 특수효과 업체)와 손잡고 실제와 똑같은 것을 스크린에 옮기는 ‘포토 리얼’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몸짓과 표정을 포착해 컴퓨터 그래픽(CG)에 옮기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도 지금껏 시도된 어떤 작품보다 정교하게 끌어올렸다.
시각 기술 뿐 아니라 주제도 확장했다. 1편은 판도라 광물을 빼앗으려 원주민의 터전인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인간을 통해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은유를 담았다. 백인 주인공과 원주민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늑대와 춤을’,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SF판이라 평가 받았다.
2편은 1851년 미국 소설 『모비 딕』을 연상시킨다.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이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공산품 원료로 마구잡이로 사냥됐던 향유고래와 난파된 에식스호의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소설 속 고래가 포경선을 공격하는 포악한 존재로 묘사됐다면, ‘아바타2’는 이 신성한 바다 생물들이 왜 인간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지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묘사한다.
고래와 닮은 판도라 생물 ‘툴쿤’을 죽여 극소량의 기름 만을 얻곤 사체를 내버리는 극중 인간들의 행태엔 고래 기름을 위해 향유고래를 죽이고, 지느러미(샥스핀)만 잘라낸 상어를 바다에 다시 버려 죽게 만드는 현실이 고스란히 겹쳐진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로 내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맨 오른쪽부터)과 주연 배우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존 랜도 프로듀서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블루카펫 행사에 참석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로 내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맨 오른쪽부터)과 주연 배우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조 샐다나, 샘 워싱턴, 존 랜도 프로듀서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된 블루카펫 행사에 참석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편이 미 해군 출신의 백인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를 중심으로 나비족 추장의 딸 네이티리(조 샐다나)와의 사랑, 나비족과 같은 몸을 얻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15년이 지난 이후 이들이 낳은 세 아이가 판도라의 대자연과 한몸처럼 호흡하는 순간을 보다 공들여 그려낸다.
설리 가족이 새롭게 정착하게 되는 해변 지역의 물의 부족 ‘멧케이나’ 족 주민들은 툴쿤을 비롯한 바다 생물과 가족같은 교감을 나눈다. 인간에게 한쪽 지느러미와 가족을 잃은 외톨이 툴쿤이 판도라 원주민들과 함께 인간들의 흉포한 포경선을 공격하는 장면에선 인간보다 판도라 쪽을 응원하게 된다.

에이리언 품었던 73세 위버의 임신 의미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나비족의 몸이 된 설리(샘 워싱턴)와 나비족 아내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1편의 15년 후 사남매의 부모가 되어있다. 이들은 인류의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나비족의 몸이 된 설리(샘 워싱턴)와 나비족 아내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1편의 15년 후 사남매의 부모가 되어있다. 이들은 인류의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에선 1편에서 설리를 집요하게 뒤쫓은 인간 대령 쿼리치(스티븐 랭)이 판도라 행성에 최적화한 나비족 몸을 얻고 새로운 추격전에 나선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에선 1편에서 설리를 집요하게 뒤쫓은 인간 대령 쿼리치(스티븐 랭)이 판도라 행성에 최적화한 나비족 몸을 얻고 새로운 추격전에 나선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캐머런 감독은 전작에서도 인공지능에 역습 당하고(터미네이터), 외계 생명체를 무기로 활용하려다 혼쭐 나고(에이리언2), 초호화 여객선을 과신하다 침몰(타이타닉)하는 인간들을 통해 고도 문명을 성취하며 인류가 빠지게 된 오만함, 기술 과신을 비판해왔다.
이번 영화에선 아예 판도라 자원을 강탈하는 인간들을 ‘하늘에서 온 사람’, 즉 ‘스카이 피플(Sky People)’이라 명명했다.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무자비하게 말살하려 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스카이넷’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캐머런 감독은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바다가 생명의 원천이며 지구의 삶을 가능케 하는 원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고래를 비롯한 많은 해양 생물들이 남획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현실”이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영화는 아니다. 그저 바다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시고니 위버는 그레이스 박사(오른쪽)와 10대 딸 키리 1인 2역을 맡았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시고니 위버는 그레이스 박사(오른쪽)와 10대 딸 키리 1인 2역을 맡았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편에 이어 다시 뭉친 배우들은 수중 촬영 중 불편한 표정이 나오지 않도록 잠수 훈련에 더해 목 뒤쪽으로 숨을 참는 법도 배워야 했다. 2편에 새롭게 등장한 청소년 캐릭터 중 인간 박사 그레이스가 나비족 몸에 깃든 채로 낳은 딸 키리 역시 시고니 위버가 직접 CG 캐릭터를 연기했다. 캐머런 감독과 함께한 ‘에이리언 2’에서 그가 외계 생명체를 뱃속에 품게 되며 다른 인간들과 달리 교감하게 되는 주인공 리플리를 연기했던 것과도 연결해 해석할 만한 설정이다.

마스크·3D 안경 쓰고 192분…타이타닉보단 짧네

코로나19 이후 관객수 급감에 허덕여온 극장가는 ‘아바타2’와 '영웅'(21일 개봉)을 구원 투수로 주시하고 있다. 돌비시네마‧아이맥스 3D 등 특수관 예매 열기도 개봉 전부터 뜨겁다.
다만 1편보다 훨씬 많아진 인물과 세계관이 복잡하게 느껴질 소지도 있다. 192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 동안 마스크와 3D 안경을 동시에 낀 채 보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내한 당시 캐머런 감독은 긴 상영시간에 대해 “소고기를 먹을 때 같은 가격에 더 많이 먹으면 좋지 않나”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 패션지 GQ와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들이 앉아서 1시간 짜리 시리즈물 에피소드 5편을 연속으로 보더라”면서 “패러다임이 변했다. 관람 중 화장실에 다녀오는 건 얼마든지 괜찮은 일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날치를 닮은 바다 생명체가 나비족 전사를 태우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날치를 닮은 바다 생명체가 나비족 전사를 태우가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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