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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대학 용적률 확 푼다…초고층 캠퍼스시대 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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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41만1356㎡)는 현행법상 연면적 71만1279㎡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 대학에 들어선 86개 건물의 연면적 총합은 지난해 기준 이미 71만781㎡다. 법적으로 허용된 용적률의 99.93%를 이미 사용했다.

이처럼 용적률 사용률이 90%를 초과한 서울 소재 대학은 홍익대·중앙대 등 9곳이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대학이 연구시설 등을 확보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이에 대책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산학 협력 공간 조성을 위한 용적률·높이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한 ‘대학 도시 계획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각 층 바닥면적 합계 비율을 말한다.

서울시 대책에 따르면 대학 특정 부지나 건물에 용적률을 무제한 허용하는 ‘혁신성장구역’(시설)이 지정된다. 이곳에는 산학협력·창업지원 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혁신성장구역에는 운동장이나 녹지처럼 대학 내에 용적률이 필요 없거나 남는 구역의 잉여 용적률을 끌어와서 사실상 용적률 제한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높이 규제도 완화한다. 서울시는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산지·구릉지 주변을 ‘자연경관지구’로 지정하는데, 이곳은 최고 7층(28m)까지만 올릴 수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의 약 40%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캠퍼스에 주로 고만고만한 7층 이하 ‘성냥갑’ 건물만 서 있다. 서울시는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면 높이 규제를 없앤다는 방침이다. 또 대학이 신·증축을 할 때 거쳐야 하는 도시계획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캠퍼스 규제 완화 관련 조례를 내년 상반기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서울 소재 대학이 최대 53만㎡의 연면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화여대(55만㎡) 부지만 한 캠퍼스 건물 연면적이 추가로 확보되는 셈이다.

서울 지역 대학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전영재 건국대 총장은 “반도체 등 첨단 연구시설이 들어서려면 건물 층고를 높여야 하는데, 지금까진 높이 규제 때문에 어려웠다. 이번 규제 완화는 첨단학과 신설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소재 캠퍼스에만 적용되는 규제 완화가 서울 쏠림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서울시의 이번 방안은 지방대 쇠퇴를 촉진함으로써 서울 과밀화와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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