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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연습의 계절, 스윙 교정 땐 스크린골프도 삼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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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호 26면

강찬욱의 진심골프

눈으로 덮인 필드에서 라운드를 하는 열혈 골퍼들. 겨울 골프는 제약과 변수가 많아 실력대로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다. [중앙포토]

눈으로 덮인 필드에서 라운드를 하는 열혈 골퍼들. 겨울 골프는 제약과 변수가 많아 실력대로 스코어가 나오지 않는다. [중앙포토]

대한민국은 겨울이 길다.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겐 4계절 중 가장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골프에는 ‘납회’라는 것이 있다. 그 해의 마지막 모임, 마지막 라운드를 뜻한다. 이미 납회를 한 골퍼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한두 번의 라운드가 남은 골퍼들도 있을 것이다.

열정적인 일부 골퍼들에게 납회란 없다. 한겨울에도 그들의 골프는 쉬지 않는다. 첫눈을 필드에서 맞기도 하고 영하의 날씨에도 필드를 누빈다. 사실 겨울골프는 정상적인 골프는 아니다. 티잉 구역은 꽁꽁 얼어 있다. 티샷을 하려면 꼬챙이로 구멍을 내고 티를 꽂아야 한다. 딱딱한 페어웨이는 런으로 사상 최대 거리를 내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린은 어떠한가. 모처럼 굿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싶으면 볼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언 그린은 온 그린을 허락하지 않고 때론 OB나 페널티 구역으로 볼을 내보내기도 한다. 고수들은 겨울에 절대 그린을 노리지 않는다. 그린 주변에 짧게 쳐서 런으로 올라가기를 기대하거나, 어프로치샷으로 파 세이브를 하는데 주력한다. 추위에 손의 감각은 무뎌지고 몇 겹인지 세기도 힘들만큼 많이 껴입은 옷 때문에 스윙은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도 ‘나오니까 좋잖아’를 연발하며 골퍼들의 겨울 라운드는 즐겁기만 하다.

겨울골프는 경쟁하는 골프는 아니다. 변수가 워낙 많다보니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다. 잘 쳐야겠다는 생각보다 잘 즐겨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스코어가 안 좋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 겨울골프다.

겨울은 라운드의 계절은 아니다. 연습의 계절이다. 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자기점검의 시기다. 겨울에 샷을 교정하지 않으면 언제 교정하겠는가. 선수들은 물론이지만 주말골퍼들도 시즌 중에 샷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에겐 겨울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첨단적인 골프 시뮬레이터들이 완비된 실내 연습장이 있다.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년 시즌을 좌우한다. 올겨울에 할 일들을 몇 개 정리해 봤다.

1 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머릿속으로 아는 것이지만 그걸 리스트업 하면 보다 구체적이 된다. 자신의 스윙을 분석해 보자.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을 것이다. 교정하고 싶은 것이 여러 개 있을 수 있지만 우선순위를 매겨 보자. 올 겨울에 이것만은 고쳐보겠다. 예를 들면 오버스윙을 고치겠다. 백스윙 톱을 고치겠다. 어프로치샷을 더욱 보완하겠다. 퍼팅 스트로크를 좀 더 일관성 있게 해야겠다. 이 리스트는 목표이자 워너비 스윙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2 어떤 선생님에게 배울 것인가.

스윙을 개선하려면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것이 더 능률적이다. 특히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독학을 했던 골퍼라면 꼭 레슨을 받기 권한다.

좋은 선생님은 나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지나치게 기술적이고 현란한 설명은 도리어 헷갈리게 한다. 시범만 잘 보이는 선생님도 거리감만 느껴질 뿐이다. 일방적으로 트레이닝만 시키는 선생님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선생님이 좋은 안내자다.

개인적으로 연배나 체형이 비슷한 레슨 프로를 추천한다. 유튜브나 동영상 레슨을 위주로 연습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유난히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단 너무 많은 동영상을 보는 것은 도리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너무 많은 선생님을 만들지 말자.

3 스윙 동영상을 찍자

서울 강남의 실내연습장에서 한 골퍼가 드라이버샷을 연습하고 있다. 겨울에는 무리해서 필드에 나가는 것보다는 평소 부족했던 스윙을 차분히 가다듬는 게 좋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실내연습장에서 한 골퍼가 드라이버샷을 연습하고 있다. 겨울에는 무리해서 필드에 나가는 것보다는 평소 부족했던 스윙을 차분히 가다듬는 게 좋다. [연합뉴스]

벤 호건은 “최고의 선생님은 날아가는 볼”이라고 말했다. 볼의 구질을 보는 것만큼 본인의 스윙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휴대폰 카메라가 없었을 때의 일이다. 지금이라면 “최고의 선생님은 동영상”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주가 넘는 겨울 동안 본인 스윙의 변화를 동영상으로 남기자. 크로스오버 형태였던 백스윙 톱이 차츰차츰 변해서 원하는 위치에 놓인다면 그 성취감은 실로 대단할 것이다. 동영상만큼 이를 즉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골프스윙을 분석하는 앱도 많다. 본인 스윙을 분석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동영상을 찍을 때 가끔은 슬로 모션으로 찍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4 서두르지 말자

스윙 교정의 가장 큰 적은 성급한 라운드다. 한겨울에도 이상기온이 온다. 친구든 지인이든 번개를 하자고 연락이 올 것이다. “나 지금 스윙 교정 중인데…” 하는 말은 라운드 불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필드에 나가 샷을 하는데 교정 중인 스윙으로 하다 보니 자꾸 미스 샷이 난다. 다시 원래의 스윙으로 돌아간다. 이런 경험 있지 않은가.

스크린골프도 마찬가지다. 분명 연습장에서는 오버스윙 안 했는데 라이벌의 장타에 다시 오버스윙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골프다. 스윙 교정에 진심이라면 라운드나 스크린골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이번 겨울만큼은.

5 다른 운동도 함께 하자

골프 클럽만 열심히 휘두른다고 거리가 늘어날까? 겨울은 거리가 늘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도 좋은 계절이다. 골프를 늦게 시작한 분이나 시니어 골퍼들은 갈수록 몸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필라테스를 추천한다. 필라테스는 몸을 유연하게 하면서도 근육을 키우려는 골퍼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운동이다.

웨이트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릴 수 있다면 이 역시 골프에 도움이 된다. 브라이슨 디샘보(29·미국)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투어가 잠시 휴식기였을 때 90일 동안 체중을 20㎏ 늘리고 드라이버 비거리가 20야드 이상 늘어났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꾸준한 스트레칭을 권한다. 사실 골프에 스트레칭만큼 손쉬운 명약은 없다. 언제 어디서든 스트레칭은 가능하지 않은가.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가동 범위를 늘인다면 봄의 필드에서 동반자들이 놀랄 것이다.

골퍼들마다 고치고 싶은 나쁜 버릇들이 있다. 스윙의 나쁜 버릇은 한 번 내 몸에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를 않는다. 누군가 내 스윙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 줄 때마다 정말 보기 싫은 그 순간을 우리는 왜 못 고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내 몸이 편한 대로 골프클럽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오버스윙이 편하고, 누군가는 피니시를 안하는 것이 편하다. 볼을 끝까지 안 보고 헤드업을 하는 것도 그 순간 머리를 드는 것이 내 몸에 편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노력으로는 고치기 힘들다. 말 그대로 작정해야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코칭이나 동영상 레슨을 보고 한두 번의 샷으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쁜 버릇은 방심하는 순간 돌아온다. 그걸 방지하는 것이 바로 연습이다.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겨울의 연습은 봄에 ‘다른 사람의 다른 샷’으로 돌아온다. 나의 2023년 골프가 된다. 〈끝〉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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