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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16일만에 백기투항...안전운임 3년 연장도 미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충남 당진시 현대글로비스 앞에서 파업 농성을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차량에 부착한 플래카드를 철거하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충남 당진시 현대글로비스 앞에서 파업 농성을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차량에 부착한 플래카드를 철거하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 16일 만에 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안전운임 3년 연장안 입법화'와 '품목 확대'를 계속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장기간 파업에서 실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어 사실상 '백기 투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당초 제안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의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안전운임이 올 연말 일몰을 피해 3년 더 유지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화물연대는 9일 운송거부(파업) 철회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이 절반을 넘어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 치러진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만 6000여명 가운데 14%가량인 3574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2200여명(약 62%)이 파업 철회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4% 투표 참여, 62% 철회 찬성  

 이에 따라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해 16일간 이어졌던 운송거부는 끝나게 됐다. 16일간의 운송거부는 지난 2003년에 기록된 최장기 파업과 동일한 기록이다.

 이날 투표에는 내홍도 있었다. 화물연대 부산본부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조합원 투표 없이 해산결정을 내리고 각 지부에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부산본부 측은“파업이 기대한 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약속 파기, 탄압, 반노동 정책 때문”이라며 “파업 지속 여부를 두고 조합원에게 찬반을 묻는 것은 지도부가 책임을 모면하고, 그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하는 것이기에 의견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철회 발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총파업 철회 발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앞서 화물연대 지도부는 전날 대전에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합원 투표를 결정하면서 “(현장에 복귀할 경우) 정부와 여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했던 안전운임 3년 연장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정 “안전운임 3년 연장 재검토”

 하지만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와 여당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당정이 제안한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을 걷어차고 파업에 돌입해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입힌 만큼 3년 연장 제안은 무효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ㆍ여당이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화물연대는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품목확대 역시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9일 군산시 소룡동 3부두 인근에서 화물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9일 군산시 소룡동 3부두 인근에서 화물차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은 무효가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를 앞세운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장기간 운송거부를 이어가는 걸 보고는 정부와 여당 내 기류가 더 강경하게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법 안 바꾸면 안전운임 연말 폐지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열어 안전운임제의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연말까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제동을 걸면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뉴스1

정부는 안전운임 3년 연장안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뉴스1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겐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다. 3년 한시로 2020년부터 적용됐으며 법 개정이 안 되면 올해 말 자동으로 폐지된다.

 물론 정부 안팎에선 안전운임제 폐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소한의 안전 개선 장치라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를 명확한 효과 분석도 없이 폐지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한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손배소와 형사처벌, 행정처분 원칙대로 진행 ▶정밀한 효과 분석 뒤 지속 여부 결정 수용 등을 전제 조건으로 안전운임 3년 연장을 논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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