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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민요-「젖 짜는 소리」등 일상생활과 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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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몽골의 민요는 짧은 노래(보기노 도)와 그와 유사한 선율에 일상생활과 관련된 가사를 붙여서 부르는 노래들이 포함된다. 그 중에서 일종의 노동요라고 볼 수 있는 것에「젖 짜는 소리」가 있다.
이 젖 짜는 소리는 지역에 따라 많이 다르다고 한다. 또한 그 동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리고 남자의 소리와 여자의 소리가 달라 동시에 한곳에서 양·염소·소·말·낙타의 젖 짜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면 미묘한 이음성(Heterophonic)의 효과가 난다.
양이나 염소의 젖 짜는 소리는 여자들이 흔히 많이 부르고 소나 말의 젖 짜는 소리는 남자들이 부르며 낙타의 젖을 짤 때는 낙타새끼가 한쪽 젖을 먹게 하고 다른 한쪽을 사람이 짜야하기 때문에 새끼들이 다른 쪽으로 오지 못하게 소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젖 짜는 소리는 노래라기보다 일종의 외침같이 들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동요 풍의 단순한 선율과 리듬으로 부드럽게 부르기도 한다.

<씨름꾼의 노래도>
한편 일종의 의식요라고 할 수 있는 몽골식 씨름의 노래(부오힘 탈)가 있다. 자기네 팀에 속한 씨름꾼들의 기술·용감성·속임수·씨름꾼의 힘찬 근육을 노래조로 읊조린다. 이들 노래는 시합 바로 전에 부르는데 걸찍하면서 큰 소리로 외쳐대는 것이 익살스럽다.
또한 오락요·유재요 같은 것이 있다. 몽골인들의 일상적인 게임과 관련된 단순한 노래들이다. 그중 하나가 손가락 놀이다. 손가락의 모양을 달리해서 l부터 10을 만들고 그 손가락의 수를 셈하는 노래를 부른다. 지역에 따라서 각기 다르고 가족들에 따라서도 각기 다르다. 남자들의 놀이는「뎀비」라고 부르고 여자들의 놀이는「쿠알라크」라고 부르며 각기 다른 어조로 노래를 한다.
또한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놀이로 샤가이 하르바라는 남성들의 놀이가 있는데 상자 안에 뼈로 된 열 개의 기둥을 세워놓고 4∼5야드 떨어진 곳에서 던져 쓰러뜨리는 십주재에 관련된 노래인데 두 편으로 갈라져 여럿이 허밍 하듯이 소리를 내면서 재미있게 노래부르는 것이다. 이것 역시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몽골 인민공화국 인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하르하몽골인 이외에 부리야트족·다르카트족이 주로 북부지역에 살고 있고 시족 오이라트 등에는 유사 몽골인들과 카자크족·우리안카이족·투바족 등 소수족들도 섞여 살기 때문에 민요도 다양하겠지만 앞으로 현지조사를 많이 해봐야 알게될 것이다. 특히 후미창법은 오이라트족들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통점 발견 못해>
한국과 몽골의 관계에서 종족적으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문화면에서 유사점이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잘못 속단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음악과 몽골음악 중에서 유사점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되기는 하지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가상해서 지금부터 몇 백년 혹은 1천년 전에 유사한 것이 있었다 치더라도 오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각기 변한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음계의 유사성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무반음 5음계란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선을 진행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속단하기 어렵다.
간혹 특정한 몇 개의 노래가 선율적으로 비슷하게 들릴지라도 더 많은 노래들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훨씬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몽골의 노래 중에는 우리 나라의 아리랑과 언뜻 들어서 비슷한 점이 있는 것도 있고 몽골여인들의 긴 노래 중에는 우리 나라 제주도의 홍애기 소리 등과 그 창법이 비슷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제주도의 민요를 몽골민요가 옮겨온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흔히 우리 나라 음악이 3박자계 리듬이 대부분인 것은 유목민족의 후예이기 때문일 것이란 가설을 내세운 학자도 있다. 그러나 몽골노래의 많은 곡들에 4박자 계와 3박자 계가 있다. 오히려 3박자 계 리듬보다는 4박자 계 리듬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박자 계 리듬이라고 하더라도 몽골노래가 장단격의 리듬이 많이 있는 것으로 봐서 우리 리듬구조와 유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많은 현지조사에 의한 자료수집이 있은 연후에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거론할 수 있을 것 같다.
몽골의 야트가와 가야금과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내 몽골의 최근 문헌자료에 의하면 몽골고쟁이 현재 전해지고 있는 것은 l2현이라고 되어 있어 한국가야금과 더욱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들의 설명문에는 이 악기는 청조강희 연간에 중국 합서성 유림 등지에서 한족상인들이 갖고 왔다고 한다.
이같이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국·한국·일본·월남에 거의 비슷한 지터(Zither)류의 악기가 있고 각국에서 그 악기의 유래를 자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몽골의 야트가와의 관련성도 각기 다르게 설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말 섞인 노래>
이번 몽골음악조사에서 짧은 기간과 한정된 지역에도 불구하고 인상깊었던 일은 울란바토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멘시르란 곳에서 제37학교의 어린학생들과 우연히 만나 그들의 노래를 녹음하고 춤도 추고했던 일이다. 그들이 부른 노래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동요들 같지는 않았고 요즈음 학교에서 많이 부르는 노래들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에는 전통적인 몽골음악의 어법이 많이 담겨져 있음을 볼 때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들과 비교해 보면 다시 한번 우리들의 음악교육이나 전통문화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공통된 현상일지 모르지만 동요나 생활가요·대중가요 등이 모두자기민족의 기층음악 문화어법인 민요에서 그 기본적인 선율이나 리듬의 패턴을 찾아내 새로운 노래들을 만들어 부르게끔 교육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외국의 노래들도 배우고 있었다. 한국말 가사와 몽골 말 가사를 섞어 부르는『아름다운 꽃』이란 한국말노래(아마도 북한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우리일행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한 점은 우리들이 생각을 가다듬어야 될 부분이라 생각된다. 너무나 우리주위의 청각문화는 외래음악 일변도고 상업주의적인 노래들로 꽉 차있다. 그렇다고 전통음악을 옛사람들 모양으로 그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식의 음악문화가 그 토양이 되고 그 토양속에 외래음악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란 점이다.
이번 울란바토르의 여러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었던 가수 중에서 후미창의 감볼트 쑨두이와 같은 남자가수 이외에 여자가수로서 긴 노래와 짧은 노래인 오르친 도와 보기노도를 맑고 높은 음성으로 불러 먹 인상적이었던 남자 린노로프반자트를 잊을 수 없다. 그녀는 193l년생으로 목민의 가정에서 자라면서 노래들을 배우면서 자랐고 1957년 국립민족가무단의 가수로 데뷔했었다. 그해 모스크바에시 열린 제6회 세계청년학생제전 민족예술 콩쿠르에서 오리친 도를 불러 금메달을 받았었다.

<후미창 엔 신비감>
196l년에 몽골인민공화국 공로예술가가 되었고 1969년에는 인민예술가로 승격되었으며 198l년에 국가 영예상을 받고 세계각국에서 공연을 한 몽골 최고의 가수다. 그녀의 화려한 몽고전통의상과 기품 있는 연주태도는 청중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전통성악을 노래하는 가수들을 좀더 세련미 있게 세계무대에 내보낼 수 있도록 평소에 많은 배려를 해야 할 것이란 점도 아울러 느꼈다.
몽골음악의 특징적인 점들은 3옥타브에 걸치는 넓은 음역으로 특이한 발성법에 의해 부르는 오르친 도와 자유자재로 음색을 변화시켜 가면서 부르는 후미창의 노래를 통해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감흥성, 몇백 구절이나 되는 서사시를 톱수르의 자작반주로 부르는 마그탈, 신비감과 함께 접신의 경지로 이끄는 구금연주, 끊일 듯 이어지는 모린 호르의 풍부한 저음이 빚어내는 목가풍의 신율미, 순환 호흡법으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림베의 장식적인 기교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 내몽골 오르도스에서 들을 수 있었던 높고 맑은 음색의 손님맞이 권주가는 아직도 옛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글 권오성 교수(한양대·민속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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