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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살포' 탈북 단체…2심도 "설립 취소 적법"

중앙일보

입력

1심에 이어 항소심도 대북 전단을 살포한 시민단체 설립 허가를 취소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인천시 강화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약품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뉴스1,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지난 9월 인천시 강화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약품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뉴스1,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서울고법 9-1부(부장 강문경‧김승주‧조찬영)는 8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의 비영리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북한 향해 전단 뿌린다면…1심 “한반도 긴장 초래, 공익 해한다”

이날 2심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며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야기하고 남북 군사 긴장의 고조로 평화통일정책 추진에 중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다. 이어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표현 내용과 무관하게 방법에 대한 규제는 합리적·공익적 비례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따라 폭넓은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은 이런 1심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7월 대북 전단을 살포하다 통일부로부터 법인 허가 취소 통보를 받았다. 통일부는 허가를 취소하면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해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당시“대북 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간 합의 위반”이라고 문제 삼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은 이날 판결에 반발하며 상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단체를 대리하는 이헌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부회장은 “대북전단 금지의 근거인 남북군사합의에 위배되는 북한 측의 도발이 있었고, 통일부 장관 역시 대북전단금지법에 위헌 의견을 냈다. 이러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대북전단 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정치활동 자유에 제한이 된다”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서를 냈다. 앞서 탈북민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 등을 북한으로 날려 보내려 한 혐의(대북전단 살포 미수)로 지난 1월 기소됐는데. 기소 이전인 지난 2020년 12월 말 해당 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북전단 살포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함께 설립 허가가 취소된 탈북민 단체 큰샘의 경우도 법원에서 취소 조치에 대한 적법 여부를 다퉜는데, 큰샘은 지난해 10월 해당 재판에서 승소했다. 큰샘은 당국 승인 없이 쌀과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이 담긴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한으로 보냈다는 이유로 설립이 취소됐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북한이 도발 위협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평가한다면, 북한 체제나 정권에 우호적인 활동을 하는 법인만 남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큰샘의 손을 들었고 통일부는 항소하지 않았다. 큰샘 대표 박정오씨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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