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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테러' 기후활동가에 "복원비 물어내라"…英 배상 얼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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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활동가들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활동가들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활동가들의 과격한 시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영국 법원이 명화를 훼손한 기후활동가에게 피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 법원은 6일(현지시각) 내셔널갤러리에서 존 컨스터블의 명화를 훼손한 기후활동가 두 명에게 1000파운드(160만 원) 이상의 피해를 준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총 1081파운드(174만 원)를 내셔널갤러리에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또, 18개월의 조건부 석방과 함께 그 기간 안에 또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환경 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인 이들은 지난 7월 내셔널갤러리에서 존 컨스터블의 대표작 중 하나인 ‘건초 마차(The Hay Wain)’에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이 인쇄된 포스터를 붙이고 액자에 손을 테이프로 고정하는 등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은 “석유를 더 뽑아내면 광범위한 흉작과 식량난이 발생할 것이고, 우리의 푸르고 풍족한 땅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기후활동가들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림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술관 측은 시위 이후 그림을 복원하는 데 1081파운드가 들었으며 다시 전시할 때 유리판을 장착했다고 밝혔다.

과격해지는 기후 시위, 왜? 

기후 활동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활동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에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가 점점 과격해지는 건 기후 위기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주요 미술관에 전시된 유명 예술가들의 명화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류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예술 작품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명화 같은 예술품을 훼손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문화유산이나 공공시설을 훼손하는 이른바 ‘반달리즘(vandalism)’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 활동가들은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세계적 오페라하우스 겸 발레 극장인 라 스칼라 입구에 양동이로 페인트를 뿌렸다.

처벌 강화 움직임…다리 점거 시위대에 15개월 징역형

기후활동가들이 지난 4일 시드니 도심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활동가들이 지난 4일 시드니 도심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선을 넘는 불법 시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호주에서는 출근길에 다리를 점거하고 시위에 나선 기후 활동가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논란이 됐다.

기후 활동가인 디에나 코코는 2일 시드니 하버 브리지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불꽃을 터뜨리는 등의 혐의가 인정돼 1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4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도로를 막고 트럭 위에 올라가 조명탄을 터뜨리면서 출근길 교통 혼잡을 유발했다. 법원은 공공장소에서 조명탄을 터뜨리고, 체포에 저항하는 등 7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앞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시드니 전역에서 도로와 다리, 터널 등 교통을 마비시키는 기후 시위가 잇따르자 불법 시위에 대해 더 많은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코코는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 첫 기후활동가가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도미닉 페로테 뉴사우스웨일즈 총리는 “시위자들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다면 그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실형 선고는 반가운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비폭력 시위를 과도하게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데이비드 리터 그린피스 호주지역 대표는 성명에서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많은 자유와 권리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통해 얻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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