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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조규성, 키 크려 밥을 산처럼 먹던 악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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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규성이 지난달 28일 카타르월드컵 가나 전에서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넣는 모습. [연합뉴스]

조규성이 지난달 28일 카타르월드컵 가나 전에서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넣는 모습. [연합뉴스]

“사실 중학생 때는 썩 마음에 드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키는 작고 몸집도 왜소해서 데려올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죠. 그러다 발 크기를 물어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그래서 데려오기로 했죠.”

이순우 감독

이순우 감독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주역 조규성을 키워낸 이순우(사진) 안양공고 축구팀 감독의 말이다. 조규성은 지난달 28일 가나 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월드컵 멀티골(2골)을 기록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키웠나요, 규성이 본인이 스스로 큰 거지”라며 제자를 향한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규성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160㎝ 정도의 키에 몸집이 작아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고등학교에 제대로 진학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던 그를 발탁해 ‘축구 명문’ 안양공고로 데려간 사람이 이 감독이다.

고교 시절 조규성은 ‘성실한 악바리’였다. 이 감독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밥만 먹으면 무조건 연습하던 아이”라고 떠올렸다.

“규성이는 적당히 하는 학생들과 달랐죠. 어느 날은 ‘밥 많이 먹어야 얼른 몸집도 크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정말 밥을 산처럼 쌓아 놓고 무섭게 먹더라고요. 규성이는 그만큼 절실하고 욕심이 있었던 겁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조규성은 고교 2학년 때 키가 갑자기 180㎝로 훌쩍 컸다. 지금은 189㎝에 단단한 체격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이 감독은 “규성이는 감독인 내가 말릴 정도로 연습하던 선수였어요. 큰 키에 헤딩 능력까지 갖추면 이 아이만의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 열심히 연습시켰죠. 그랬더니 또 헤딩 연습을 죽으라고 하더군요.” 이 감독은 그런 조규성의 경기를 볼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떨리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브라질전 승패를 떠나 규성이에게 ‘지금까지 네가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요즘 규성이 인기가 많아졌다는데, 그런 주변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갖고 묵묵히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가기 바랍니다. 규성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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