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 이명박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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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중앙위원회 의장 선거(다음달 19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진 의원들의 출마설이 잇따르자 당내에선 "'박근혜(얼굴(左)).이명박(右) 대리전'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각종 직능단체 인사 1만5000명을 회원으로 하는 중앙위의 '수장' 자리는 내년에 있을 대선 후보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앙위 의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고흥길 의원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고 의원은 지난해 선출된 정형근 전 의장이 7.11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물러나면서 의장직을 승계했다. 여기에 3선인 김기춘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9월 독일을 방문할 당시 수행하는 등 대표적인 '친박(親朴)'인사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김 의원이 나서면 이명박 전 시장 측은 수도권 출신인 고 의원을 '대항마'로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고 의원은 "중앙위 의장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나는 엄정 중립"이라며 "특정 후보 측이 지원하는 '대리전'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4선의 이강두.이규택 의원과 3선의 이상배 의원이 출마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중앙위 의장은 특별기구를 설치할 수 있고, 자문기구로 20명 이내의 고문과 50명 이내의 지도위원.자문위원을 둘 수 있다. 보좌 인력으로 총간사를 30명까지 추천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특히 중앙위 회원 중 상당수가 차기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원.대의원 선거인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형근 전 의장의 경우도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데 중앙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 관계자는 "중앙위는 전통적인 당원 위주로 구성돼 있어 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며 "교육.종교.문화 등 각계 인사를 망라해 영향력도 크다"고 말했다. 경선을 앞둔 대선 후보들로서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중앙위 의장 선거가 '대선 후보 대리전'이 될 거라는 얘기들을 하지만 당내 경선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대리전 경계론'을 폈다.

한편 이에 앞서 다음달 5일 실시되는 여성위원장 선거에서도 대리전 양상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순자 현 여성위원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친박'으로 꼽히는 김영선.이혜훈 의원의 출마설이 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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